2022년 3월의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예비 주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대선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와이티엔을 비롯한 언론들은 대선 주자들의 행보나 일정, 이들의 정책 공방을 코로나19 관련 속보와 함께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치부 뉴스를 검색해 보면 언론들은 지난 6월 마지막 주를 이렇게 규정한다. 대선 슈퍼위크.
“대선 슈퍼위크가 시작됐습니다.”
“대선 주자들 총출동, 슈퍼위크 밝았다.”
실제로 6월 마지막 주에 대선 정국이 크게 출렁거렸다. 여당은 예비후보 등록 시작과 함께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를 발표했고, 야권에서도 대선 출사표를 던지거나 현직을 사퇴하며 정계 진출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일정이 이어졌다. (물론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어떤 주도 ‘슈퍼위크’가 아닌 주는 없을 정도이지만)
정치를 비롯해 부서별로 승인된 기사가 방송국에서는 ‘뉴스 런다운’이라고 부르는 진행표에 올라오면 앵커들은 미리 읽어보고 피디들은 자막을 준비한다. 이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타를 확인하고 오독을 줄이기 위한 정교한 과정을 거치는데 시청자에게 낯선 용어나 불필요한 외국어 단어가 없는지도 매의 눈으로 걸러낸다. 피디나 앵커 눈에 띄면 가차없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대체한다.
20년 전 와이티엔에 입사하고 한글문화연대를 통해 우리말글에 대한 애정과 개념을 자리 잡으면서 나름대로 뉴스 진행을 할 때만큼은 어려운 용어나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발음하기도 쉽고 뉴스 전달력도 좋아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례없는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서 외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신조어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있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도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감으로 언택트 문화는 비대면 문화로, 낯선 한자어인 비말은 침방울로 말이다.
이 밖에도 부스터샷은 ‘추가 접종’으로, 홈코노미는 ‘재택경제 활동’으로 리셀 테크는 ‘재판매 투자’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침방울과 추가 접종을 발음해 보자, 진행자는 말하기 쉽고, 시청자는 듣기에 편하다.
그런데 슈퍼위크처럼 마땅한 우리 말을 찾기 어려운 외국어 단어가 등장하면 고민이 길어지고 때론 난감하다. 슈퍼위크란 대단히 좋은 한 주, 정점을 찍는 한 주, 더 중요한 일이 있는 한 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정치나 외교 기사에서 쓰이는 ‘슈퍼 위크’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긴장감을 대체할 우리 말을 찾지 못해 무기력하게 ‘대세’를 따르기도 한다. 팩트 체크나 네거티브 공방도 비슷한 예이다.
우리말로 바꿨을 때 오히려 어색해지거나 단어의 ‘숨은 뜻’까지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쉬운 우리말 쓰기에 대한 강박 수준의 의지가 현실을 못 따라가기도 한다는 점을 고백한다. 더불어, 인용하거나 보도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국어를 대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노출할 수밖에 없는 고충도 양해를 구하고 싶다.
물론 이와 같은 현실과 고충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사실과 정보 전달이 목적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우리말로 표기하고 발음하는 것은 방송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와이티엔 역시 앵커와 기자, 피디 등 뉴스 제작에 관련된 구성원들은 일부 대체가 어려운 경우를 빼고는 우리말을 우선순위에 놓고 기사를 작성하거나 편집한다.
난해한 용어와 외국어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 중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팩트 체크’ 나 ‘슈퍼 위크’를 뉴스에서 듣고 혹시라도 소외되는 시청자가 있다면,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 기사를 쓰거나 읽을 때 최소한 '사실 확인', '절정의 한 주'라고 우리말 뜻풀이를 넣는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알 수 없는 외계어들 때문에 방송언어가 심각하게 오염되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광연 와이티엔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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