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튼씩이 2022. 4. 6. 07:52

 

 

이번 호부터는 한글 맞춤법 제5장 띄어쓰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5장은 4개의 절(제1절 조사, 제2절 의존명사․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 등, 제3절 보조 용언,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과 10개의 조항(제41항~제50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제41항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조사’란 주로 체언 뒤에 붙어서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인 관계를 표시하거나 일정한 의미를 보태어 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를 말합니다. ‘이, 을, 에서, 으로, 도, 만, 까지, 부터, 처럼’ 등등과 같은 것입니다. 조사를 앞말에 붙여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렇게 붙여 쓰는 것은 한글 맞춤법 총칙 제2항에 규정된 띄어쓰기 일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 문법에서 ‘조사’는 국어의 아홉 품사 중 하나로서, 별개의 단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하늘이 푸르다’는 ‘하늘’, ‘이’, ’푸르다’ 이렇게 3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라는 뜻입니다. 제2항에서 단어마다 띄어 쓰라고 했으니까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하늘 이 푸르다’와 같이 띄어 써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조사’는 여느 단어들과는 다르게 의존성이 높은 말이므로 전통적으로 붙여 써 왔습니다. 그래서 단어이긴 하지만 조사만큼은 예외적으로 붙여 쓴다는 규정을 따로 둔 것입니다.

 

아무튼 조사의 띄어쓰기를 놓고 고민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말이 조사라는 것이 확인이 되면 붙여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띄어 쓰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만이라도’와 같이 조사가 여럿이 함께 나오더라도 모두 붙여 씁니다. ‘멀리는, 웃고만, 나가면서까지도’ 등과 같이 앞말이 체언이 아니더라도 붙여 써야 합니다.

 

문제는, 어떤 말이 조사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에서 ‘사람은커녕’을 ‘*사람은 커녕’과 같이 띄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녕’을 의존 명사로 잘못 알고 띄어 쓰는 것인데, ‘은커녕’ 전체가 하나의 조사입니다. 따라서 ‘사람은커녕’과 같이 붙여 써야 하는 것이지요.

 

‘이다’는 서술격 조사입니다. 그러므로 ‘이다’를 비롯하여 이의 활용형, 예를 들면 ‘입니다, 이고, 이니까, 이어서, 인데’ 등등도 항상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은 다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와 같은 문장에서 ‘위해서입니다’를 ‘*위해서 입니다’와 같이 띄어 쓰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밖에’는 ‘바깥에’의 의미일 때는 ‘명사+조사’ 구성이므로 ‘집 밖에 꽃밭이 있다.’와 같이 띄어 쓰지만, ‘그것 이외에는’의 뜻으로 부정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일 때는 전체가 하나의 조사이므로 ‘나에겐 집밖에 남은 것이 없다.’와 같이 붙여 씁니다.

 

직접 인용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인 ‘라고’도 조사이므로 ‘나는 웃으면서 “어서 와.”라고 말했다.’와 같이 붙여 써야 합니다. 반면에 ‘라고’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하고’는 ‘보초는 “손들어!” 하고 크게 외쳤다.’와 같이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이때의 ‘하고’는 ‘하며, 하면서’ 등과 같은 말로 대체해서 쓸 수 있는데, 이로 보건대 ‘하다’의 활용형, 즉 동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끝으로, 문장 끝에 쓰여서 문장의 내용을 강조하는 말인 ‘그려’도 조사이므로 ‘앞으로는 자주 만납시다그려.’와 같이 붙여 써야 합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