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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오늘의 다듬은 말 - 자연색, 배낭 도보 여행, 소풍, 사각 팬티, 색안경, 도보 여행

튼씩이 2022. 4. 13. 07:59

궁금한우리말

다듬은 말 알아보기

 

봄바람 살랑이는 날
지붕창 열고 꽃비를 맞아 볼까

 

바야흐로 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었습니다. 그러니 맘껏 누려야겠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이겨 내고 노란 꽃망울로 존재를 드러내는 개나리꽃, 따뜻한 봄 기운을 받아 온 들뫼를 분홍빛으로 색칠하는 진달래꽃이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철쭉(왼쪽부터)

 

‘개나리’와 ‘진달래’는 접두사 ‘개-’와 ‘진-’이 붙어 있는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나리’에서 ‘개-’는 ‘개살구, 개떡’ 등에서 보는 것처럼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뜻입니다. ‘개나리꽃’은 나리꽃이지만 원래 나리꽃(백합꽃)보다는 작고 볼품없는 꽃이라고 ‘개-’를 붙인 것입니다. ‘개나리’는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진달래꽃’은 달래꽃이지만 달래꽃보다는 더 좋은 꽃이라고 해서 ‘진-’을 붙인 것입니다.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는 꽃이어서 ‘참꽃’이라고도 합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철쭉꽃은 먹을 수 없어서 ‘개꽃’이라고 합니다.

 

• 참꽃 : 먹는 꽃이라는 뜻으로, ‘진달래꽃’을 개꽃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 개꽃 : 먹지 못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철쭉꽃’을 참꽃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산수유, 생강나무(왼쪽부터) 
 
 
 

개나리꽃과 비슷한 때에 피어서 봄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이 ‘산수유꽃’입니다. 집 주변이나 공원에서 산수유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산에 가면 산수유꽃과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이 있는데 그것은 ‘생강나무꽃’입니다. 이 나뭇가지에 생강이 열리거나 뿌리에서 생강을 채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의 가지와 꽃에서 생강 향이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고 합니다. 산수유는 나무 껍질이 얼룩덜룩하고 벗겨진 곳이 많은 반면에 생강나무 껍질은 매끈합니다. 또한 생강나무꽃은 몽글몽글하게 뭉쳐 있는 것이 노란 뻥튀기(팝콘) 같기도 합니다. 올봄에도 어김없이 산에는 다른 나무의 잎들이 피기도 전에 생강나무는 노란 꽃부터 피워 사람의 시선을 끌며 돋보입니다.

 

벚꽃

 

개나리와 진달래가 시들할 쯤이면 주변에는 온통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것입니다. 벚꽃은 어디선가 잔바람만 불어 와도 하얀 벚꽃 잎이 눈앞에서 흩날립니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면 짝사랑이 이뤄진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허공에 대고 연신 손바닥만 부딪칠 뿐 나뭇가지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나는 벚꽃 잎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한동안 벚꽃을 ‘사쿠라/사꾸라’라고 하는 말을 흔히 들었었는데 이제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어 다행스럽습니다.

 

• 사쿠라/사꾸라(櫻,さくら) → 벚꽃, 벚나무

 

산과 들에서 봄꽃 구경을 못 했다면 꽃집에서 노란 수선화를 한 다발 사다가 집 안에 꽂아 두어도 좋겠습니다. ‘꽃집’보다는 ‘플라워 숍’에 더 예쁜 꽃이 많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플라워 숍에서 드라이플라워를 사다 놓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야생화 아닌 들꽃을 구경하는 것이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서 훨씬 좋습니다.

 

• 플라워 숍(flower shop) → 꽃집
• 드라이플라워(dry flower) → 말린꽃
• 야생화(野生花) → 들꽃

 

날씨도 포근하니 꽃구경도 할 겸 밖으로 나들이하기 좋은 때입니다. 이런 때를 흔히들 ‘행락철’이라고 하는데, 쉬운 말로 ‘나들이철’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곳은 야외활동차림으로 엇걸이가방 하나 메고 가볍게 나서면 됩니다.

 

• 행락철(行樂-) → 나들이철
• 아웃도어 룩(outdoor look) → 야외활동차림
• 크로스백(cross bag) → 엇걸이가방

 

 

 

젊은이들은 자연색(←내추럴 컬러)의 운동복 차림(←스포츠 룩)으로 도보 여행(←하이킹, 트레킹)을 떠나기도 하고, 야영(野營, 들살이)할 장비를 담은 배낭을 메고 산과 들을 돌아다니는 백패킹(→배낭 도보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배낭 도보 여행은 등산과 야영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새로운 캠핑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배낭 도보 여행을 떠나려면 배낭에 1박 이상의 들살이 물품을 넣어야 하니 요령 있게 짐을 챙겨야겠지요.

 

• 내추럴 컬러(natural colour) → 자연색
• 하이킹(hiking), 트레킹(trekking) → 도보 여행
• 백패킹(backpacking) → 배낭 도보 여행

 
 

서울시티투어버스

 

여유가 있는 사람은 며칠간 여행을 나서기도 합니다. ‘○○관광’이나 ‘○○여행’ 회사는 다 어디로 가고 ‘○○투어’만 즐비합니다. 투어(→관광/여행)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단체로 떠나는 그룹 투어(→단체 관광), 교통, 숙박 등 여행 관련 일체를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 투어(→ 한묶음 여행),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오는 시티 투어(→시내 관광), 명소마다 방문 확인 도장을 받으며 여행하는 스탬프 투어(→도장 찍기 여행)도 있습니다.

 

• 투어(tour) → 여행/관광
• 그룹 투어(group tour) → 단체 관광
• 패키지 투어(package tour) → 한묶음 여행
• 스탬프 투어(stamp tour) → 도장 찍기 여행
• 시티 투어(city tour) → 시내 관광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날, 여행용 가방(←트렁크)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넣고 무작정 차를 몰고 나서서는, 벚꽃 잎이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가로수 길을 달릴 때 색안경(←선글라스) 멋지게 끼고 전면 지붕창(←파노라마 선루프)을 열어 봄바람에 내 온몸을 맡기며 콧노래를 부르는 꿈을 꿔 봅니다.

 

• 트렁크(trunk) → 큰 가방 / 짐가방 / 여행용 가방
• 꽃비: 꽃잎이 비가 내리듯 가볍게 흩뿌려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선글라스(sunglass) → 색안경
• 파노라마 선루프(panorama sunroof) → 전면 지붕창

 

 

글_김형배(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사진 출처: 픽사베이,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식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