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쉼표,마침표(국립국어원 온라인소식지)

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 그릇 좀 '가져오아'는 틀리고 '가져와'가 맞다

튼씩이 2022. 4. 26. 07:57

이번 호에는 제35항을 살펴보겠습니다.

 

 

 

국어에서는 모음이 연이어 나오면 둘 중 하나가 탈락하거나(마음→맘), 둘 중 하나가 반모음1)이 되어 이중모음2)으로 줄어들거나(가리어→가려), 두 모음의 중간쯤 되는 모음으로 축약이 되거나(아이→애), 두 모음 사이에 반모음이 첨가되거나 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른바 ‘모음 충돌 회피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에서 앞의 세 가지는 음절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규정에서 다루고 있는 준말도 바로 모음 충돌 회피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모음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에 다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면서, 즉 모음이 충돌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준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보아[poa]’가 ‘봐[pwa]’로 줄어드는 것은, 모음 [o]와 [a]가 충돌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o]가 반모음 [w]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고, 모음이 이렇게 줄어들 수 있으며 줄어든 경우에는 줄어든 대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오다’나 ‘오다’로 끝나는 용언은 어미 ‘-아’가 결합할 때 본말 형태인 ‘*오아’는 쓰지 않고 ‘와’만 쓴다는 것입니다. 즉, ‘그릇 좀 가져오아.’는 틀리고 ‘그릇 좀 가져와.’가 맞다는 것이지요.

 

‘되어’가 ‘돼’로 줄어드는 것도 모음 충돌 회피 현상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보아→봐’의 경우처럼 앞 모음이 반모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두 모음의 중간쯤 되는 모음으로 축약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붙임]에서 따로 다룬 것이지요. ‘되어’류의 표기와 관련하여 알아 두어야 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되어’는 [되어]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고 [되여]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합니다. 이는 앞에서 말한 모음 충돌 회피 현상 중에서 두 모음 사이에 반모음이 첨가되는 경우입니다. 발음은 이렇게 두 가지가 가능하지만 표기까지 두 가지를 다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되여, *되였다’와 같이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음으로, ‘사귀다’처럼 용언 어간이 ‘ㅟ’로 끝나는 경우에는 어미 ‘-어’가 결합하더라도 ‘*사

’ 또는 ‘*사겨’와 같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간혹 이렇게 줄여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이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흔히 ‘개어’를 ‘*개여’로, ‘개었다’를 ‘*개였다’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개여, *개였다’는 전설모음인 [ㅐ]의 영향으로 반모음 [ㅣ](j)가 첨가되어 [ㅓ]가 [ㅕ]로 바뀌는 현상을 반영한 표기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필연적인 음운 현상이 아니므로 소리를 따라 적는 원칙을 적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놓다’의 어간은 자음 ‘ㅎ’으로 끝나기 때문에 여기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아’가 오더라도 굳이 축약 현상이 일어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놓다’의 경우에는 ‘놓아→놔, 놓았다→놨다’와 같은 축약 현상이 일어납니다. ‘좋아, 좋았다’는 ‘*좌, *좠다’가 되지 않는 것에 비추어 보면 예외적인 현상인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놓다’에 한해서만 준말 형태로서 ‘놔, 놨다’를 인정하는 것을 [붙임]에서 따로 규정한 것입니다.

 

1) 모음과 같이 발음하지만 음절을 이루지 못하는 소리.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ㅙ’, ‘ㅝ’, ‘ㅞ’, ‘ㅢ’ 따위의 이중 모음에서 나는 ‘j’, ‘w’ 따위이다.

2) 소리를 내는 도중에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처음과 나중이 달라지는 모음.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ㅙ’, ‘ㅝ’, ‘ㅞ’, ‘ㅢ’ 따위가 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