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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담은 마음

튼씩이 2022. 5. 3. 17:32

1908년 5월 10일, 한 여성이 교회 모임에 온 어머니 오백 명에게 흰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그녀의 이름은 애너 자비스. 그녀의 어머니 '자비스 부인'은 생전에 어머니를 기념하는 날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났음에도 갈등이 만연했다. 자비스 부인은 어머니를 기념하는 날이 분열된 사람들을 이어 주리라 믿었다.

 

자비스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어머니의 뜻을 따라 '어머니날'을 만들고자 했다. 어머니날의 상징으로 흰 카네이션을 고른 이유는 어머니가 좋아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말했다. "꽃의 색깔은 진리와 순수, 넓고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향기는 어머니의 기억과 기도를 상징한다.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껴안은 채 시드는 카네이션처럼 어머니도 아이를 품에 끌어안는다."

 

카네이션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25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어머니에게 어떤 꽃으로 마음을 전했을까?

 

효심이 깊기로 유명한 임금 정조는 남편 사도세자를 보내고 일찍이 홀로 된 어머니를 위해 회갑 잔치를 성대하게 열었다. 곳곳에 한지와 비단으로 만든 복숭아꽃을 장식했다. 예로부터 동방삭이 천도를 훔쳐 먹고 삼천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복숭아와 복숭아꽃은 무병장수를 상징했다.

 

문신 이희평은 <화성일기>에 그날의 풍경을 기록했다. "1795년 음력 2월 13일 구름 없이 맑은 하늘. 혜경궁 홍씨가 앉아 계시고 마루에 왕이 자리하고 계시었다. 등걸에 홍도화, 삼색 복숭아꽃 조화를 꾸며 꽂고 차일(遮日)대에 꽃을 묶었으니 신선의 향기가 옷에 배고 봄볕이 찬란하였다."

 

꽃이 지닌 의미와 꽃말은 다르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식의 마음은 같았다.

 

 

좋은생각 2022년 5월호 5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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