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를 갈라놓은 요인은 보다 일상적이다. 작디작은 문제와 그걸 대하는 태도의 간극, 그로 인해 상한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가랑비에 옷 젖듯 관계는 무너진다.
예를 들어 보자. 결혼하고 육 개월이 지난 목요일 밤 아홉 시, 부랴부랴 저녁 설거지하고 평화롭게 영화 한 편 보려는 찰라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바빠서 이제야 김치 가지고 간다. 삼십 분 뒤에 도착한다." 이때 당신의 감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를 1, '앗! 큰일 났다'를 10으로 볼 때 어디쯤일까.
강의할 때마다 묻지만 답은 별 차이 없다. 여성은 대부분 10, 남성은 대부분 1 또는 2. 표정도 비슷하다. 여성은 남성의 태평한 반응에 놀라고, 남성은 그런 여성을 이해할 수 없다.
"엄마가 힘들게 만들어서 가자다주시기까지 하는데 뭐가 문제야?"
"쉬고 싶은데 어머니는 하필 이 시간에 ……. 미리 연락도 없이."
"자식 집에 오면서 연락은 무슨, 장모님은 우리 집 비밀번호도 아시는데 난 뭐라고 안 하잖아. 그러니까 대충 해."
"엄마는 살림 도와주려고 오시는 거고. 그리고 뭘 대충 해, 지난번에도 그러셨잖아."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반응은 이렇다. "너는 왜 그래?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돼."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다르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어설프게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이렇게 묻자. "나는 왜 10일까." "나는 왜 1일까."
"나는 아침 일곱 시에 눈떠. 바로 씻고 뭐라도 해야 해. 근데 남편은 내가 깨워야 일어나. 왜 그렇게 게으를까?" 하는 대신 이렇게 묻는 것이다. "나는 왜 부지런할까? 생각해 보니 아버지, 어머니가 부지런하셨어. 일곱 시 전에 무조건 일어나 식구가 아침밥을 먹었지. 지금은 습관이 들어서 괜찮지만 학교 다닐 땐 엄청 들볶였어."
내게 이유기 있는 것처럼 상대도 그럴 터. 내가 정답이 아닌 걸 인정해야 비로소 대화의 물꼬가 튼다. 내가 10이라면 5로, 1이라면 5로 노력해 접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결혼의 시작이다.
- 조지희 님 / 행복한 결혼 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