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우표이야기

천상열차분야지도 기념우표

튼씩이 2022. 6. 24. 07:55

농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었던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은 매우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해와 달의 움직임, 철마다 달라지는 별자리 등을 살펴 시간과 절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왕들은 정치 질서의 근원을 하늘의 이치에 두고 왕권 강화와 정치 안정을 위해 천문학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건국 직후부터 천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며 많은 성과를 이뤄냈고, 과학적 창의성이 담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은 ‘하늘의 형상을 12개의 구역별로 나눠 순서대로 배열해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1392년에 고려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왕조인 조선이 개국할 때, 백성들은 흔쾌히 새 왕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성난 민심을 파악한 태조는 고려 왕조를 지탱해왔던 불교를 배척하고 성리학을 새로운 통치 이념으로 삼았습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을 제대로 통치해야 한다는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은 태조는 조선 개국이 ‘천명(天命)’에 의한 것임을 밝히기 위해 천문도를 제작하려 했습니다. 이 무렵 때마침 한 백성이 옛 평양성에 있었던 돌판에 새긴 천문도의 탁본을 기증했고, 태조는 매우 기뻐하며 이 천문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고쳐 돌판에 새길 것을 명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태조 4년(1395), 돌판에 별자리를 새겨서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심의 원형 안에는 별자리를 그린 천문도가 있고, 그 주위에는 천문도를 설명하는 다양한 내용의 그림과 해설이 있습니다. 한 면에 새겨진 글자 수는 2,932자, 전체 별의 개수는 1,467개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그 이후로도 석각본, 목판본, 필사본 등으로 제작 및 보급되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태조 석각본은 과학 유물로서는 처음으로 1985년에 국보로 지정되었고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기념우표는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종이 탁본 이미지를 사용하여 스티커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그 뜻에 따라 백성을 보살피려 했던 우리 조상의 통치 이념이 창의적인 과학 정신과 어우러진 귀한 유물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우표를 감상하며, 그 안에 새겨진 조선 왕조의 건국 이념과 천문학 연구의 발전상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