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우표이야기

근대조각가 기념우표

튼씩이 2022. 7. 6. 07:57

오늘날 한국의 조각은 국제적인 사조의 영향으로 사실주의에서 추상주의 조각으로 변화했고, 사용되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초기 추상조각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조각가로는 김종영과 김정숙이 있습니다.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은 동서양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주체적으로 서양미술을 수용한 작가입니다. 어려서부터 한학을 가학으로 익힌 김종영은 화가의 뜻을 중시하는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추상미술을 같은 선상에 두고 두루 살폈습니다. 1953년 5월에 런던에서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국제조각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던 김종영은 같은 해 12월, 한국 최초의 추상 조각품인 ‘새’를 출품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작가로서 만년에 제작한 몇 작품을 제외하곤 대부분 품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20세기 한국 미술사에 길이 남을 ‘불각(不刻: 인위적으로 깎지 않음)의 미’를 완성하며 한국 근대조각의 선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김정숙(1917-1991)은 국내 1세대 여성 조각가입니다. 김정숙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32세에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조각과 학생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철 조각과 금속공예를 배우고 돌아온 뒤 1957년에 홍익대에 부임하였고, 당시 공사장에서나 쓰이던 용접 기술을 조각교육 현장에 보급하여 한국 현대조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인체’를 소재로 나무, 대리석, 청동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였고, 후반에는 추상적인 형태의 작품을 전개하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정감 넘치는 조형미의 ‘모자상’과 새의 형상을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하여 단순한 외양으로 구성한 ‘비상’ 시리즈가 있습니다.



이번 기념우표에는 김종영 작가와 불각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79-19’, 김정숙 작가와 인간의 형상을 단순화한 작품 ‘생(Existence)’을 담았습니다. 고결한 성품을 작품에 투영했던 김종영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따뜻함을 전했던 김정숙의 작품 세계를 우표와 함께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