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제를 중시하는 교육, 입학례
왕세자 교육에서는 예제 교육도 중요했다. 조선의 왕세자는 장차 국왕이 되어 국가전례를 주관해야 했으므로, 사전에 다양한 예제를 익혀 두어야 했다. 따라서 왕세자는 국왕이 참석하는 국가전례가 있으면 국왕을 수행하여 현장 학습을 실시했고, 중국의 사신이 오면 왕세자가 주인이 되어 손님을 접대하는 절차까지 있었다. 왕세자가 국가전례에 참석할 경우에는 세자시강원의 관리들도 왕세자 옆에 배석했는데, 왕세자가 복잡한 의식 절차를 잘 익히고 원만하게 처신하도록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국왕이 주재하는 국가전례를 목격하는 것과는 별도로 왕세자가 직접 경험하는 통과의례도 있었다. 궁중에서 왕자가 성장하는 동안 많은 통과의례가 거행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을 거론하면 어린 왕자가 스승을 처음 만나는 상견례(相見禮), 강의를 시작할 때 거행하는 개강례(開講禮), 오늘날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冠禮), 왕세자로 책봉되는 책봉례(冊封禮), 성균관에 가서 사부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교육을 받는 입학례(入學禮), 세자빈을 맞아 결혼하는 가례(嘉禮) 등이 있었다. 통과의례는 다시 복잡한 의식 절차로 구성되는데, 가령 왕세자 입학례의 경우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절차가 있었다.
1) 출궁도 : 궁궐을 나서다
2) 작헌도 : 공자님께 술잔을 올리다
3) 왕복도 : 왕세자와 스승 사이를 왕복하다
4) 수폐도 : 스승에게 예물을 드리다
5) 입학도 : 스승에게 교육을 받다
6) 수하도 : 입학식을 마치고 축하 인사를 받다
왕세자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할 때 올리는 예물은 ʻ속수(束脩)ʼ라 했다. 이는 제자가 예를 지키기 위해 스승에게 드리는 최소의 예물을 말한다. 1817년 3월 17일,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는 성균관에 가서 입학례를 거행했는데, 이때 스승에게 드린 예물은 술 2말과 마른안주, 모시 3필이었다. 오늘날의 학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드리는 촌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이 있다. 이를 대신해 속수례의 취지를 살리는 선물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성균관에서 입학례가 진행되는 동안 왕세자는 다른 유생들과 같은 학생복을 착용했고, 스승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명륜당 안으로 입장했으며, 스승보다 지위가 낮은 서쪽 계단에 서서 스승이 먼저 모신 후 뒤따라 들어갔다. 또한 수업을 받는 동안 스승은 책상 위에 책을 놓고 보았지만, 왕세자는 바닥에 책을 놓고 꿇어앉은 자세로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는 장차 왕위에 오를 왕세자라 하더라도 스승에 대한 예의를 깍듯이 지켜야 하며, 이런 수련을 통해 학문과 덕망을 갖춘 국왕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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