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왕실문화 인문강좌(국립고궁박물관)

세자의 교육 (6) -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

튼씩이 2022. 7. 6. 12:53

6. 지식을 중시하는 교육

 

오늘날 교육이라 하면 지식 위주의 교육을 말하지만 왕실 교육에서는 지식보다 덕성 교육을 중시했다. 덕성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한 후 지식 교육에 집중하게 하는 교수법 때문이다. 주자가 독서하는 방법을 말하면서 ʻ먼저 마음을 깨끗하게 쓸고 닦은 후에 책을 읽어라ʼ고 한 것도 같은 취지의 발언이라 하겠다.

 

왕실 교육의 내용은 경전 교육과 역사 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서(논어』『맹자』『중용』『대학) 삼경(시경』『서경』『주역)을 위주로 하는 경전 교육은 덕성을 함양하는데 치중했으며, 중국과 한국의 역사서를 익히는 교육은 역사적 지식과 안목을 갖추게 했다.

 

왕실 교육에는 오늘날의 중간고사 내지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평가 시험이 있었다. 매일 교육을 하는 법강(法講) 시간에는 바로 전날 배운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쪽지 시험이 있었고, 매월 두 차례 이뤄지는 회강(會講) 시간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을 종합 평가하는 시험이 있었다. 회강에는 왕세자를 가르치는 20명의 스승이 모두 참석하고 국왕이 참관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매우 진지하고 엄숙한 자리였다.

 

시험을 치르는 방법은 먼저 ʻ고생(告栍)ʼ을 했다. 이는 수험생인 왕세자가 경전의 글귀를 써 놓은 대나무 쪽을 담아놓은 원통에서 대나무 쪽을 하나 뽑는 것을 말한다. 왕세자는 자신이 뽑은 대나무 쪽에 기록된 글귀에서 시작하여 경전의 내용을 암송하고 뜻풀이를 했으며, 이를 지켜 본 최고위 스승이 성적을 기록한 강경패(講經牌)를 들어 보이는 것으로 평가가 완료되었다. 강경패란 글자 한자씩을 새겨놓은 목패를 말하는데, 우수하다는 의미의 통(), 조금 부족하지만 통한다는 략(), 부족하다는 조(), 낙제를 의미하는 불()이란 글자를 새긴 목패가 있었다.

 

조선의 국왕이라면 누구나 신하가 올리는 문서를 읽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했다. 또한 국왕이 새 정책을 시행하려면 유학 경전을 널리 인용하면서 자신의 정치이념을 정리하여 밝혀야 했고, 중국과 조선의 역사적 사례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이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