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공간, 동궁
조 재 모(경북대)
1. 동궁이란
왕세자의 공간을 보통 동궁東宮이라 부른다. 특별히 궁宮이라는 명칭을 쓴 것은 궁궐 내에서도 동궁이 별도의 구역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래 『예기』의 글이 그 근거가 되었다.
禮記 內則 “由命士以上 父子皆異宮”
이는 왕명을 받은 사士 이상은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다른 집을 쓴다는 것으로, 동아시아 궁궐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되었다. 즉, 동궁은 궁궐 안에 있던 밖에 있던 간에 아버지의 궁과는 별개로 인식되었다. 한편, 세자의 궁을 특별히 동궁이라 하는 것에는 아래와 같은 전거가 인용된다.
孔穎達(唐), “임금은 서궁에 있고 태자는 항상 동궁에 처한다.”
胡培翬(淸), “태자는 곧 장자이니 동궁에 거처하는데, 군주가 서궁에 있다는 것에 대별하여 동궁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공영달에 따르면 임금과 태자의 궁을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배치한 것으로 이해하였는데, 이런 논리에 따르면 세자궁이 동쪽에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으나 임금의 궁이 중앙이 아닌 서쪽이라 칭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호배휘는 동쪽에만 아들의 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 아들의 궁을 두었는데 장자의 궁이 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세자궁을 동궁이라 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통해 임금의 궁이 중앙에 있음을 논하였던 바 있다. 아무튼, 동궁이라는 말은 조선사회에서 특별히 왕세자의 궁 혹은 왕세자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었다.
한편, 세자가 책봉되지 않은 상태, 즉 인물로서의 동궁이 없는 경우에는 동궁으로 사용된 전각이라 할지라도 동궁으로 표현하지 않고 달리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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