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하얼빈 - 김훈

튼씩이 2023. 1. 24. 12:54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인 안중근 의사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안중근이 우덕순과 함께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후 10월 26일까지의 일정을 축약하여 보여준다. 안중근의 일대기가 아닌 거사 전 며칠과 이후 재판과정과 감옥 생활만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일정상 기간이 촉박한 점은 이해되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아는 이 엄청난 거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을 보면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토가 온다는 소식에 그를 죽여야 한다는 - 비록 그 전부터 생각해 오기는 했다지만 -  생각을 바로 며칠 만에 실행한 점, 단 한 번의 사전 현장조사만이 진행된 점, 과연 그 두 사람만의 신념으로 거사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 등 해소되지 않은 많은 궁금증이 남아 아쉬웠다.

 

나아가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에 대한 후일담은 비록 나라를 빼앗겨 어쩔 수 없었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선총독부의 주관 하에 진행된 두 자녀의 사과와 참배 과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며, 동생들의 생애 또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금 독립된 나라에서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우리는, 나라를 빼앗기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오직 조국의 독립만을 위해 싸웠지만 자신뿐 아니라 그 자손들까지도 온전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