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일본 무궁화 가라 한국 진달래 오라 - 강효백

튼씩이 2023. 8. 9. 09:57

 

 

이런 류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은 한두번이 아님에도 매번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가 어렵다. 정말 일제강점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이루어졌을까 궁금해진다. 조선의 정체성 말살을 위한 정책, 문화재 강탈, 창씨개명, 언어 탄압, 우리의 꽃을 비롯해 강산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식물들을 일본화하고, 거기에 기생해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 친일을 한 부류들, 강제 징용 등등.

이제는 하다하다 나라의 꽃과 국가에도 친일과 세뇌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세계 역사에서 식민지를 이렇게나 철저하게 무너뜨린 예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며 할수록 어렵고 고생만하는 힘든 일들을 음지에서 묵묵히 꾸준하게 진실을 파헤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말 존경스럽고 함께 하지 못하는 부끄러움만을 마음에 두고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무궁화는 꽃나무로 위장한 일본의 전범기다. 일본인은 일장기와 욱일기를 흔드는 대신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노래하고 받들고 사랑하며 항상 심신에 새기며 한편으로 타국으로 은밀한 확산을 꿈꾼다. 1920~1940년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1,047회나 무궁화, 근화, 근역을 대서특필(대형화보 22회 포함), 조선을 대표하는 꽃으로 선전 홍보해 놓고도 일제가 무궁화를 극심히 탄압, 모조리 뽑아 버렸다는 새빨간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통탄한 저자 강효백은 일제강점기 일본과 조선총독부가 무궁화로 대한 영토 4천 리를 왜, 어떻게, 얼마만큼 오욕참절 세뇌했는가를 톺아보고, 꽃으로 위장한 전범기 무궁화 대신 한민족 얼의 상징 진달래를 대한민국의 진정한 나라꽃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기 위해 이 책, 『일본 무궁화 가라 한국 진달래 오라』를 펴내었다.

실증학파 법학자인 저자 강효백은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 근거를 내세워 ‘입증’할 뿐이다. 비판 없는 발전은 없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판은 백해무익한 법이다. 법학자인 저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법적이고 공적인 꽃,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문제점에 이토록 오랫동안 집요하게 집중해 온 핵심 동력원은 무궁화보다 백만 배 훌륭한 진달래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수많은 선배 학인들이 나라꽃 제1순위로 손꼽아 온 꽃이다. 진달래는 봄이 되면 남으로는 제주도부터 북으로는 연변 조선족 자치주와 헤이룽장성 중부에 이르기까지 대한 고유 영토 4천 리 금수산하를 핑크빛(진달래 꽃말: 사랑의 기쁨)으로 하나되게 묶는 참꽃이며, 치열한 생명력을 수반해 죽음의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부활의 힘을 상징하며 그 존재만으로도 생명이 피어나는 봄을 상징한다. 특히 일제 식민 통치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원형적 상징이 더욱 증폭된다.

『일본 무궁화 가라 한국 진달래 오라』에서 설명하는 무궁화가 왜 나라꽃이 될 수 없는지, 또 진달래가 왜 나라꽃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고 일제가 가려버린 국민의 눈을 밝게 틔워 소담하고 정겨운 우리 꽃, 진달래를 나라꽃으로 삼도록 노력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무궁화는 일본에서 집 마당이나 담장, 울타리에 키우는 대중적인 꽃입니다. 보통 주택가에서는 마당 있는 집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죠. 일본엔 6∼7세기경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하며,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건 17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7세기경의 일본 고대 시가에도 무궁화를 표현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본래 목근이라 하는데 어쩌다 무궁화가 된 건지. - 11쪽 -

 

만약 내가 마음대로 ‘내 나라’를 정할 수 있다면 일본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는 지긋지긋한 냄새가 나는 중국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 및 차별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 또는 지긋지긋한 정권이 존재하는 한 조선에서도 살고 싶지 않다. 오, 축복받은 일본이여! 동양의 낙원이여! 세계의 동산이여! - 1893년 11월 1일 도쿄에서, 윤치호 영문 일기

(중략)

남궁억은 조선을 상징할 국화를 결정하기 위해 상하이에 잠복해 있던 윤치호를 찾아왔다. 윤치호는 남궁억과 의논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했으며 그로부터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 리 화려강산’이란 가사를 넣었다. - 16쪽 -

 

‘근역’은 문자 그대로 무궁화 지역이라는 뜻이다. 무궁화 나라 부상 일본 영토내의 지방, 세력범위를 뜻한다. 다시말하여 ‘근역’은 일본이 과거 나라도 아닌 지역 ‘일역’으로 칭한 데 대한 보복이자 부상(무궁화 나라) 일본의 세력 범위, 즉 근역(무궁화 지역)이라는 고약한 일본식 조어다. 이런데도 모든 경제지표가 일본보다 앞선 21세기 세계 선도국 대한민국이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나라도 아닌 지역, ‘근역’이라는 치욕스러운 단어를 쓰면 되겠는가? - 42쪽 -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국인에게 무척 생경한 ‘갑툭튀’꽃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가스라이팅(세뇌) 주입하기 위해 『조선일보』, 『동아일보』에 대형 화보 22회 포함 1,047회나 기사화하는 등 갖은 애를 썼다. 그래도 그때 그 시절 이 땅의 지성은 무궁화가 아니라 진달래가 나라꽃이라는 문장을 다수 발표했다. - 87쪽 -

 

무궁화는 천박한 자질에다 처지고 활기도 없어 빈 골짜기에 버려지리.  - 정약용, 『여유당 전서』

 

애국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국토가 만주까지라는 것을 강조해야 함에도 ‘무궁화 삼천 리’로 영토를 한정시켜 일제의 반도사관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

 

병 많은 무궁화보다는 우리의 동산에 어디서나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국화로 바꾸자.  - 이은상, 민족문화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