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상자와 가방을 주로 쓰지만 예전 사람들은 보자기를 일상적으로 썼는데 그 가운데 ‘조각보’는 예술 작품의 하나로 승화될 만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방형이나 마름모형처럼 정형화된 무늬는 궁중이나 지체 높은 사대부집에서 사용한 조각보에서 주로 나타나고, 일반 집에서는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옷감을 이용하다 보니 삐뚤삐뚤한 무늬로 이루어진 것이 많습니다.
▲ 복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비정형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조각보(문화재청)
예전에는 옷감 값이 비쌌기에 옷감 조각 하나도 버리기 아까웠을 테고 여인들이 직접 옷감을 짜는 일이 많다 보니 남은 옷감을 허투루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자투리 옷감을 그냥 버리지 않고 만들어 낸 것이 조각보였으니, 자투리를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옛 여인들의 정성과 예술감각이야말로 대단했습니다. 이렇듯 조각난 옷감을 잇는 행위에는 복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장사 가운데 포목점을 가장 천히 여겼습니다. 그것은 옷감 장사처럼 옷감 찢는 직업은 복을 찢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 돈을 아무리 잘 번다고 해도 포목장사의 끝이 좋지 않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옷을 만드느라 자르고 찢은 옷감, 곧 복을 다시 이어 붙임으로써 복을 받고 잘살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런 아름다운 조각보가 탄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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