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아래 초상화(보물)는 관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두 손을 모은 조선시대 벼슬아치 허목(許穆, 1595~1682)입니다. 미수(眉叟) 허목은 눈썹이 길게 늘어져서 스스로 ‘미수’라는 호를 지어 불렀다고 합니다. 벼슬은 우의정까지 올랐으며, 당시 학계의 큰 어른이었고 정치인으로서는 남인의 영수(領袖)로서 깊이 추앙받았고, 평생 몸가짐이 고결하여 세속을 벗어난 기품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허목의 모습을 담은 이 초상화는 살아 있을 때 그려진 본을 바탕으로 옮겨 그린 이모본(移模本)입니다.

▲ 보물 <허목 초상>, 72.1×5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1794년(정조 18) 정조는 당시 영의정이던 채제공(蔡濟恭)에게 허목의 초상화 제작을 논의하도록 명합니다. 이에 체재공은 허목의 82살 때 그린 초상을 모셔다가 당대 으뜸 화가인 이명기(李命基, 1756~?)에게 옮겨 그리게 했습니다. 이 초상화는 배까지 그린 반신상인데, 그림 속 허목은 오사모(烏紗帽, 고려 말기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벼슬아치가 쓰던, 검은 비단으로 만든 모자)에 흉배가 없는 담홍색 옷을 입고 서대(犀帶: 무소뿔로 꾸민 정1품을 나타내는 띠)를 둘렀습니다. 왼쪽 귀가 보이도록 얼굴을 약간 오른쪽으로 해서 그린 좌안칠분면(左顔七分面)의 모습입니다.
허목의 문집인 《기언(記言)》 권(卷)23 중편(中篇)에는 “함부로 기뻐하면 부끄러워할 일이 생길 것이며 / 함부로 화내면 욕됨이 뒤따를 것이니 / 가벼이 기뻐하거나 성내지 말고 반드시 공손함으로 경계하라.”라는 뜻을 담은 한시가 있습니다. 쉽게 기뻐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매일 갈대처럼 흔들리는 우리에게 <허목 초상>은 엄정한 자세와 표정으로 “공손함으로 경계하라”라고 깨우침을 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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