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을 물리치기 위한 제사는 비록 과거의 사례가 없으나, 먼저 해조가 대략 을미년의 규칙을 모방하여 ‘여제(厲祭)’를 지내기 하루 이틀 전에 날을 가려 향(香)을 받게 하라. 비록 차례가 아니라도 먼저 성황(城隍)에 고하는 것은 본래 응당 행해야 할 법이니, 발고제(發告祭, 조상에게 고하는 제사)를 지내고 나서 각부(各部)의 중앙에서 여제를 지내되, 지방 고을에도 모두 제사를 지내도록 하라.“
이는 《정조실록》 21권, 정조 10년(1786년) 4월 10일 기록입니다. 몇 년 전 우리는 코로나 돌림병이 번져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돌림병이 돌면 온 세계가 정신을 못 차리고 난리가 납니다. 하물며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조선시대는 제사를 지내 줄 자손이 없거나 원통하게 죽은 귀신이 많아지고 이 귀신들의 한이 모이면 세상에 재앙 특히 돌림병이 일어난다고 보고 나라 차원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여제(厲祭)’라 했습니다.

▲ 조선시대엔 돌림병이 돌 때 종이 심지를 말아서 콧구멍에 넣어 재채기를 하면 좋다는 민간요법도 있었다.(이무성 작가)
그밖에 재앙을 물리치려고 귀신에게 비는 제사인 ‘양재제(禳災祭)’, 재해가 일어났을 때 지내는 제사 곧 ‘위제(慰祭)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세종실록》 56권, 세종 14년(1432년) 4월 21일의 “각도의 감사에게 돌림병 구제조항에 따라 구료하라고 전하다.”라거나 《고종실록》 39권, 고종 36년(1899년) 8월 16일의 "민내부령(內部令) 제19호, 〈전염병 예방 규칙(傳染病豫防規則)〉을 시행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방역수칙을 만들어 돌림병을 물리치기 위한 노력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날마다 이른 아침에 세수하고 참기름을 콧속에 바르고 누울 때도 바른다.”, “약이 없을 때 매우 급하면 종이 심지를 말아서 콧구멍에 넣어 재채기하는 것이 좋다.”라는 민간요법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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