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21일 - 석류탕에는 석류가 없습니다

튼씩이 2018. 2. 21. 09:10

정부인 안동 장 씨(1598~1680)가 펴낸 음식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보면 17세기 우리 겨레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엔 먼저 면병류(麪餠類), 곧 떡과 빵으로 만든 음식, 각종 고기 음식인 어육류, 주국방문(酒麴方文), 곧 술 빚는 법과 기타 식초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석류탕(石榴湯)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꿩고기나 닭고기를 썰어 두드리고, 무나 미나리나 파와 함께 두부, 표고, 석이버섯을 함께 두드려 기름간장에 후춧가루를 넣고 볶아 만두속처럼 만듭니다. 밀가루를 곱게 다시 쳐서 물에 반죽하여 지지되, 얇게 만두피를 빚듯이 합니다. 거기에 고기 볶은 것과 잣가루를 함께 넣어 작은 석류 모양처럼 둥글게 집습니다. 그리고 맑은 장국을 안쳐 푹 끓거든 국자로 뜨되 한 그릇에 서너 개씩 떠 술안주로 쓰라고 내놓습니다. 이 석류탕은 석류 모양으로 빚는다는 것이지 석류는 재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석류탕은 원래 궁중에서 겨울철에 주로 먹었던 만두 종류의 귀한 요리입니다. 석류탕 외에 궁중요리 가운데 만두 종류를 보면 해삼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미만두’라고도 하는 여름철에 쪄 먹던 ‘규아상’도 있습니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민 만두 껍질에 육류와 채소로 된 소를 넣고 해삼 모양으로 빚은 만두입니다. 요즈음은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꿩요리, 예전에는 궁중 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