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오카노 유이치
만화가, 에세이스트, 때때로 가수. 필명 페코로스(작은 양파). 동글동글한 체형과 반들반들한 대머리 때문에 얻게 된 별명. 1950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도쿄의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낙향한 후, 서서히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어머니와의 일상을 네 컷 만화로 그려 자신이 일하던 지역 정보지에 연재했다. 이를 묶어 자비 출간했는데 나가사키 지역서점 1위라는 뜻밖의 호응을 얻었다. 정식 출간된 후, 일본 아마존 논픽션도서 1위에 올랐다.
이 책을 제작하는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향년 91세, 노쇠로 인한 타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직 탈상 전이라서 어머니는 여전히 우리 집 처마 밑을 서성이고 계십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새로 쓴 페이지뿐만 아니라 책 전체의 구성에 추모 분위기가 짙게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가 어머니의 삶을 보여주는 '쉼표'같은 것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마침표'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의 서쪽 끝 항구도시, 바다가 보이는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어머니와 벌써 환갑을 훌쩍 넘겨 버린 아들의 담담하게 흘러가는 나날을 그려낸 만화 에세이, 그것이 마침 요즘의 사회문제와 조우하면서 '치매'와 '노인 돌보기'를 키워드로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었고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퍼져 가는 가운데, 아무런 연고가 없던 분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흘러간 시간들이 되감기면서 이제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분들과도 다시금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인생에서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또한 깊이 납득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어머니의 삶을 그려낸 것을 통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어머니의 보물상자를 열고 그 삶에 대해 마음으로 더듬더듬 더듬어 보는 것으로 이미 세상 떠나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너머로 페코로스의 벗어진 대머리도 보였습니다. 흘러가 버린 수많은 일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햇살 속에 새로운 의미를 갖고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 그랬었구나,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려낼 게 아직도 아주 많잖어."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면서, 둥근 밥상에서 숙제하는 초등학생 내게 나직하게 일러 주시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 손바닥 위에 있습니다. - 183 ~ 18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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