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77일간의 뜨거운 파업의 순간부터 22번째 죽음까지를 철저한 작가적 양심으로 써내려간다.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해고 발표와 뒤이은 77일간의 옥쇄파업. 파업은 인간사냥과도 같은 경찰의 진압으로 끝나고,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일했던 동료는 의자에서 쫓겨난 자와 의자를 잡은 자 두 편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쫓겨난 자도 남은 자도 모두 살았으되 죽은 자일 뿐,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1%의 그들이었다. 전쟁 같은 의자놀이가 끝나자 쫓겨난 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22명이 유서 한 장 없이 생을 마감했다.
공지영은 쌍용자동차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면서 두 개의 단어 앞에 멈췄다. 의자놀이와 유령.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고 빙글빙글 돌다 누군가 외치는 구령 소리에 의자를 먼저 차지해야 하는 의자놀이. 정리해고는 노동자들끼리 생존을 걸고 싸우는 잔혹한 의자놀이와 같다. 동료를 밀쳐 엉덩이를 먼저 의자에 붙이지 못하면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니까. 작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따라가는 내내 곳곳에서 의자놀이가 벌어지는 현장을 마주한다. 잔혹한 게임은 끝났으나,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같은 자들과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는 이 싸움에 시민적 양심으로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 용기 내서 같이 걸어가자고 뜨거운 손을 내민다. - yes24에서 -
배고픈 자들은 결코 모두 단결하는 법이 없으니까.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살려고 할 테니까. 그게 인간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랬고, 그럴 테니까. 164쪽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대하는 방법으로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싸움의 쟁점 또한 그렇다. 원래는 회계 부정과 조작에 따른 상하이차의 부정, 그리고 그와 연루된 한국의 회계법인이 부당해고를 설명하는 키워드였다. 그러나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자살이 쌍용자동차 문제의 가장 큰 본질처럼 변해버렸다. ‘먹튀’를 방조한 국가권력, 산업은행, 그리고 기술 유출을 눈감다시피 한 검찰, 엉뚱한 사람이 내놓은 근거로 기술 유출 무죄를 선고한 무성의한 법원,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사 …… 166~167쪽
언론을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우리가 아는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을 읽으며 이게 도대체 민주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진정 이 나라가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비록 멀리는 5.18, 가깝게는 용산참사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와는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의 모습에 절망하게 된다. 그래도 이들을 믿고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결코 절망만이 아닌 조그마한 희망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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