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내일 - 기욤 뮈소

튼씩이 2019. 9. 7. 09:50




보스턴의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매튜 샤피로에게는 떨쳐내기 쉽지 않은 아픔이 있다. 일 년 전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를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다. 매튜는 네 살 반짜리 딸 에밀리만 없었다면 생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만큼 케이트의 죽음에 절망했다. 이제 매튜에게 는 생에 대한 열정도 희망도 남아 있지 않다. 지난날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지만 요즘은 강의마저도 시들할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눈앞으로 다가온 날, 매튜는 거리 바자회에서 중고 노트북컴퓨터를 구입한다. 집으로 노트북을 가져 와 무심코 부팅을 해보니 하드디스크에 웬 여자의 사진이 잔뜩 들어 있다. 사진 아래에는 촬영한 사람의 아이디도 적혀 있다. 매튜는 사진을 그냥 버릴까 하다가 여자에게 돌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메일을 보낸다.


매튜가 메일을 보낸 상대의 이름은 엠마 로벤스타인이다. 그녀는 뉴욕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임퍼레이터 식당의 와인감정사이다. 우연히 엠마와 메일을 주고받기도 하고 채팅을 하는 동안 매튜는 모처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를 찾은 느낌이다.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상승하고, 마냥 울적했던 기분이 조금은 가신 듯한 느낌이다. 매튜는 그의 집에서 세 들어 사는 에이프릴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에이프릴은 그런 경우 채팅을 계속하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저녁식사라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을 거라 충고한다.


튜는 망설이다가 엠마를 만나보기로 결심하고 메일을 통해 저녁식사 제의를 한다. 엠마도 쾌히 받아들인다. 매튜는 맨해튼에 있는 이탈리아식당 넘버5에서 엠마와 만나기로 약속한다. 매튜와 엠마는 꽃단장을 하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식당에 나가지만 만남에 실패한다. 두 사람은 각각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허탈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극심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맹렬한 비난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각자 메일을 받은 날짜를 확인한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 없다. 매튜는 2011년에, 엠마는 2010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던 그들은 차츰 그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매튜는 2010년의 매튜와는 교신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직 2010년의 엠마와만 교신이 가능하다. 매튜는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 가지 갈망이 생긴다. 2010년이면 아직 아내 케이트가 살아 있을 때이고, 교통사고의 발생을 막는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튜는 엠마에게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좋으니 교통사고를 막고 케이트를 구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엠마는 2011년의 매튜에게 부탁을 받고 2010년의 매튜 가족을 은밀히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2010년에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처지였기에 매튜 가족은 엠마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케이트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은밀한 조사에 착수했던 엠마는 예기치 않은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데…….   -  YES24에서 -


매튜와 엠마 두 사람이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장면이 나올 때 같은 시간대에 사는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는 매튜가 살던 시점에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고, 엠마가 썼던 노트북을 샀던 매튜와 현재 살아있는 엠마는 엠마의 노트북을 통해서만 두 사람의 교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이 생각났다. 영화를 본 지 오래되어 정확한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지만 같은 시대에 살지 않은 두 사람이 무전기를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작품간에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남자가 미래에 살고 있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었지만…….


케이트를 살려내 행복한 가정을 매튜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던 엠마에게 케이트가 왜 매튜와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소설은 급 반전을 가져온다. 어린 시절 만났던 첫사랑을 살리고 싶었던 케이트는 한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하고,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심장이 필요했던 케이트는 형식적인 결혼 생활을 유지해 왔던 남편 매튜를 청부살인하기로 한 것이다. 진실을 어디까지 밝혀야 할 지 고민하던 엠마는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되고, 소설은 1년 뒤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지만 매튜는 케이트가 죽어야 했던 진실을 알게 되었고,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