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60 – 부랴사랴

튼씩이 2019. 9. 26. 08:00

그러면 우리말에서 진짜 쌍둥이로 볼 수 있는 것은 무얼까. 말 세계의 쌍둥이 빌딩, 즉 쌍둥이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쌍둥이 가운데서 좁은 문을 나와 세상 구경을 먼저 한 아이를 선둥이, 나중에 나온 아이를 후둥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쌍둥이에는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가 있는데,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선둥이와 후둥이가 반드시 같은 성(性)이고, 여러 가지 형질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로 호흡을 맞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연예인 가운데는 일란성 쌍둥이들이 많다. 멀리는 바니걸스(고정숙, 고재숙 자매)로부터 가까이는 수와진(안상수, 안상진 형제), 량현량하(김량현, 김량하 형제) 등이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 <개그 콘서트>의 강주희, 강승희 자매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수정란이 자란 것이므로 선둥이와 후둥이가 성이 다를 수 있고, 외모나 성질도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쌍둥쌍둥’을 보자. ‘매우 연한 물건을 조금 크게 단번에 자꾸 썰거나 베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쌍둥’이 쌍둥이로 쓰이고 있으니 완벽한 쌍둥이 말이다. ‘부랴부랴’와 ‘부랴사랴’를 보자. 둘 다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지만, ‘부랴부랴’는 같은 말의 되풀이, ‘부랴사랴’는 비슷한 형태의 말의 반복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부랴부랴’는 일란성 쌍둥이 말, ‘부랴사랴’는 이란성 쌍둥이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랴부랴’는 불이 났다고 외치는 소리 “불이야불이야”가 줄어서 된 말이라고 한다. 그러면 ‘사랴’는 어떤 말의 준말일까. “(아이고 내) 살(肉)이야”, 불에 데어 살이 따갑거나 아프다는 얘기? 아니면 “(아니고 내) 살이(生)야”, 불 때문에 살이가 고달프게 됐다는 한탄? 그것도 아니면 “(사람) 살려”의 준말?



부랴사랴 (부) 매우 부산하고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쓰임의 예 ★ 아버님께서 한시바삐 자리를 뜨셔야 하겠기 때문에 부랴사랴 떠났던 것인데…. (염상섭의 소설 <택일하던 날>에서)


★ 부랴사랴 외부대신 집으로 달려가는 교자가 있었다. (유주현의 소설 『대한제국』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쌍둥쌍둥 – 매우 연한 물건을 조금 크게 단번에 자꾸 썰거나 베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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