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금관이 나올 것이란 말에 신라 무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무덤인 98호분(황남대총)을 발굴 조사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이렇게 큰 무덤을 발굴한 경험이 없었던 고고학자들은 98호분과 약 130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는 155호분을 시험적으로 먼저 발굴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대상의 발굴 무덤에서 찬란한 신라금관은 물론 금제의 호화로운 허리띠와 천마도 등 무려 11,526점에 달하는 엄청난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금관은 출토된 다음날 청와대로 옮겼을 정도로 박정희 대통령이 흥분했다고 합니다. 유물이 발굴되면 보존처리를 먼저 해야 함에도 대통령이란 직책을 이용해 가져오라고 한 것이라 관심만 있지 지식은 없는 행위였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당시 발굴단을 비롯하여 학자들의 관심은 금관보다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天馬圖, 뒤에 국보 제207호로 지정)”에 있었습니다. 천마도는, 하늘로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백마처럼 보이는 말 그림입니다. 말다래는 말의 발굽에서 튀는 흙을 막기 위해 안장 밑으로 늘어뜨리는 판이지요.
신라의 예술혼이 즈믄해(천년)의 긴 세월 동안 암흑 속에서 살아있었던 세계적 유물 천마도. 당시 발굴단장이었던 김정기 박사는 심하게 썩은 상태였던 말다래가 햇빛에 노출돼 아예 흔적도 없이 흩어질까 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하지요. 발굴단은 조심조심 보존처리를 한 끝에 긴 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무덤에 묻힌 주인공이 임금임을 확정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음은 물론 천마도가 세계적인 유물이었기에 발굴단은 과감에게 무덤의 이름을 금관과 관계없이 “천마총”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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