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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이 처음 공표된 날

튼씩이 2015. 11. 6. 14:52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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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1. 4.



오늘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 공표한 날입니다. 대한제국 말기 개화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한글을 공용문(公用文)으로 채택하고, 또 학교를 세워 각종 교과서를 한글로 펴내야 했지만, 통일된 정서법(正書法, 말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이 없어서 정부는 1907년 학부(學部) 안에 국문연구소(國文硏究所)를 설치하여 정서법 통일안을 마련하도록 하였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어윤적·이능화·주시경·권보상·송기용·지석영·이민응·윤돈구 등 8인의 위원이 작성한 <국문연구(國文硏究)>였습니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자 국문연구소도 해체되고 <국문연구>도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지요.

이후 조선어학회는 1930년 12월 13일 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할 것을 총회의 결의로 정하고, 그 첫 원안(原案)을 1932년 12월에 작성하였습니다. 원안작성에 참여한 위원은 권덕규·김윤경·박현식·신명균·이극로·이병기·이윤재·이희승·장지영·정열모·정인섭·최현배 등 12인이었지요. 그 뒤 3개년에 걸쳐 125회의 회의를 거듭하였고, 그 결과로 1933년 10월 29일 한글날(당시의 한글날은 10월 29일)을 기하여 이 새로운 안을 세상에 공표하니 이것이 곧 《한글맞춤법통일안》입니다.

《한글맞춤법통일안》 총론은 통일안의 기본적인 강령(綱領)을 밝힌 것으로, ① 표준말은 소리대로 적되 어법(語法)에 맞도록 하고, ② 표준말은 현재 중류사회의 서울말로 하며, ③ 각 단어는 띄어 쓰되 토는 그 앞 단어에 붙여 쓴다는 내용이 3항으로 나누어져 서술되어 있습니다. 또 각론은 크게 7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장 자모(字母), 제2장 성음(聲音),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제4장 한자어, 제5장 준말, 제6장 외래어표기, 제7장 띄어쓰기로 되어 있고, 부록에는 표준어와 부호를 담아 우리나라 정서법의 문제들을 골고루 다 망라하였다고 하지요. 이후 《한글맞춤법통일안》은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하여 현재의 한글 쓰기로 정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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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2>

일본에 남은 독특한 도시 ‘죠카마치(城下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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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죠카마치(城下町)라는 이름의 도시가 번성했는데 죠카마치란 말 그대로 성주가 살던 성(城)과 관련 있는 도시다. 아먀구치현 하기시나 기후현의 다카야마시 같은 곳이 죠카마치(城下町)의 대표적인 도시지만 현재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 절반이 죠카마치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죠카마치는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고장이다.

헤이안시대(794-1192) 이후 무사정권 시대의 긴 역사를 가진 일본의 성(城)은 성주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의 중심지다. 하늘만큼 높이 쌓아 올린 성곽의 높이가 성주의 권력을 대변해주는 것이라도 되는 양 오늘날 남아 있는 성들은 그 규모가 매우 크다.

풍신수길의 오사카성도 규모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큰 곳이다. 오사카 성은 성곽의 돌덩이 하나만도 사람 키의 몇 배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다. 일본의 제2도시 오사카도 오사카성을 중심으로 죠카마치(城下町)의 하나로 출발 했던 것이다. 물론 에도성을 중심으로 했던 곳이 지금의 동경이다.

일본에서 조용한 역사의 고장을 찾고자 한다면 이 죠카마치를 중심으로 찾아 가보면 뜻밖에 좋은 곳을 만나게 된다. 천년고도라고 하면 으레 교토(京都)를 꼽지만 죠카마치도 이에 못지않은 고도(古都)가운데 고도라서 요즈음은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야마구치현에 있는 죠카마치 하기시에서 만난 다무라 씨는 “교토에서 살다가 너무 번거로워 조용한 이곳 하기시로 이사 왔어요. 너무 조용하여 답답할 정도지만 저는 교토보다 이곳을 좋아합니다.” 라고 할 정도였다.

에도시대 이전에 성곽도시로 구획이 남아있는 곳을 흔히 소교토(小京都)라 부르고 있는데 최근에는 에도시대의 풍취가 남아 있는 곳을 소에도(小江戶)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쿄 근처 사이타마현 가와고에(川越市)도 그런 곳이다. 일본에서 현대식 높은 고층건물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도시에 염증을 느꼈다면 각 지역의 ‘죠카마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깊어 가는 가을에 죠카마치는 더 운치가 있게 마련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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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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