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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능생이, 시불통개, 방춘이란 이름의 옹기를 아십니까?

튼씩이 2015. 11. 6. 14:53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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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1. 5.



서능생이, 허벅대바지, 시불통개(웃동), 허벅등생이, 애기대바지능생이, 애기등덜기, 펭, 버럭지, 옴팍지, 촐래단지, 방춘이, 허벅등덜기, 등덜펭, 대황... 무척 정겨운 이 이름들은 제주 옹기의 이름입니다. 이름이 다양한 만큼 그 쓰임새도 다양한 제주 옹기 가운데 뭍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물허벅’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뭍사람들이 써오던 정감어린 옛 그릇들이 플라스틱이나 스텐리스 또는 현대식 자기에 밀려 사라지듯 제주 옹기 역시 누천년 써오던 그릇들이 산업화의 물결로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 1970년 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라져버리고 마는 제주 옹기의 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하여 젊은이들이 그 뜻을 모아 제주 옹기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였지요. 이들은 제주시 옛 구억분교 자리에 제주옹기배움터를 만들고 2009년 3월에는 제주옹기박물관을 만듭니다. 제주 옹기는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릇의 기본이 되는 흙을 찾아 다루는 질대장, 그릇을 만드는 도공장, 가마를 축조하는 굴대장, 불을 때는 불대장이 힘을 합쳐야 비로소 옹기 한 점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 4개 분야를 맡은 장인들은 단순한 옹기장이에서 벗어나 문화재청으로부터 무형문화재인정을 받은 어엿한 장인으로 자리 잡게 되어 지금 옹기의 맥을 이을 후계자들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옹기를 사랑하는 제주시민들은 자신들의 집에 있던 다양한 옹기그릇들을 아낌없이 내놓아 제주옹기박물관을 가득 채웠지요. 마을청년들은 방치된 옛 학교를 다듬고 정리하여 2007년 사단법인 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회장 허은숙)를 만들어 “제주 옹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지요. 이들은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5회 제주옹기굴제를 열어 제주옹기 사랑을 널리 알렸습니다.

옛 얼레빗 (2011-11-07 )


2194. 즈믄해를 그리워하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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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는 유서 깊은 절 화엄사가 있습니다. 화엄사는 멀고먼 인도에서 오신 연기조사가 지은 절로 알려져 있는데 연기조사는 효성이 지극한 스님이었습니다. 화엄사 대웅전 뒤편 언덕을 효대(孝臺)라 부르는데 이곳에는 4마리 사자가 석탑을 떠받치고 있는 4사자삼층석탑(四獅子三層石塔)이 있습니다.

그 4사자석탑 4마리 사자 한가운데에는 연기조사의 어머니가 합장을 하고 단아하게 서 있습니다. 석탑이 마주 보이는 곳에는 아담한 석등이 하나 있는데 이 속에는 연기조사의 모습이 어머니를 우러르고 있습니다. 머나먼 고국 인도에서 어렵사리 건너온 연기조사의 마음속에는 늘 어머니가 자리했고 그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연기조사는 불철주야 아들만을 그리워했을 어머니를 그리며 즈믄해(천 년)를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대각국사 의천은 연기조사의 효심을 시로 읊었는데 효대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국보 제35호 지정된 4사자석탑은 통일신라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탑의 높이는 5.5m이고 탑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 72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석탑을 받들고 서있는 네 마리 사자의 얼굴은 각각 그 모습이 다른데 이는 사람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라 진흥왕 5년(544)에 지어진 화엄사에는 4사자석탑외에 국보 제67호인 각황전과 국보 제12호인 각황전 앞 석등 그리고 영산회괘불탱(국보 제301호)이 있는데 이곳은 발아래 펼쳐진 지리산 능선이 부드러워 깊어가는 가을 단풍철에는 천 년의 향기가 더욱 새롭게 느껴집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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