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개돼지 새끼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 대신이라는 작자들이 이익을 추구하고, 위협에 겁을 먹어 나라를 파는 도적이 되었으니, 사천 년 강토와 오백 년 종사를 남에게 바치고 이천만 국민을 남의 노예로 만들었으니 (가운데 줄임) 아, 원통하고도 분하도다. 우리 이천만 남의 노예가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이는 1905년 오늘(11월 17일) 일본의 강압으로 대한제국과 일본 사이에 ‘을사늑약’이 맺어지자 장지연 선생이 <황성신문>에 〈오늘이여, 목 놓아 통곡하노라[是日也放聲大哭]〉라고 쓴 논설의 일부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 겨레는 함께 통분해 하며, 목놓아 울었습니다.
▲ <황성신문>에 장지연 선생이 쓴 “오늘이여, 목 놓아 통곡하노라” 논설
오늘은 제81주년 ‘순국선열의 날’입니다. 1939년 11월 21일 대한민국임시의정원(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입법기관)은 지청천, 차리석 두 분의 제안을 받아 해마다 11월 17일을 전국 동포가 함께 기념할 순국선열기념일(殉國先烈紀念日)로 정했습니다. 이때 11월 17일로 한 까닭을 임시의정원은 을사늑약으로 나라가 망하게 된 이 날을 앞뒤로 많은 선각자가 망한 나라를 다시 회복하기 위하여 용감히 싸우다가 순국하였으므로 국가가 망하던 때의 1일을 기념일(紀念日)로 정했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국가보훈처 주도로 낮 11시 서대문독립공원 안 순국선열추념탑에서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열며, 지경희 선생 등 128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하고, 또한 낮 2시에는 서대문독립공원 독립관(순국선열 위패봉안관)에서 광복회와 (사)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공동 주관으로 ‘제81회 순국선열ㆍ애국지사 영령 추모제’가 열립니다. 그런데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순국선열 위상 정립을 위한 <순국선열 선양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이라는 주제의 공청회에서는 광복된 지 75주년 동안 순국선열과 그 유족들에 대한 국가적 예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처참한 지경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순국선열의 위패가 모셔진 봉안관은 겨우 54평의 비가 새는 지경임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 겨우 54평으로 초라한 순국선열 위패봉안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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