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한 뒤안길에는 “이면도로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한 제한속도 하향”이란 기다란 펼침막(현수막)이 붙어있었는데 이면도로, 조성, 하향 같은 한자말로 온통 도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들 가운데 “이면도로”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국어대사전》 올림말에 없으며, 대신 <행정 용어 순화 편람(1993년 2월 12일)>에 “‘이면도로’ 대신 순화한 용어 ‘뒷길’만 쓰라”고 되어 있지요.
▲ 펼침막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이면도로'라는 말은 물론, 조성, 하향 등 어려운 한자말로 도배되어 있다.
《국어대사전》에는 “이면도로”가 없는 대신 “이면(裏面)”만 올림말로 설명되어 있는데 그 뜻을 보면 “1. 뒷면, 2.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고 풀이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이면도로”는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란 어색한 말이 됩니다. 따라서 “이면도로”보다는 뒷쪽에 있는 길이란 뜻으로 우리말인 뒤안길 또는 속길로 하면 뜻이 명확해지고 어린아이도 알기 쉬운 말이 될 것입니다.
요즈음은 '올레길'을 비롯하여 우회로를 뜻하는 '에움길' 같은 아름답고 정겨운 토박이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또한, ‘우로 굽은 길’, ‘좌로 굽은 길’ 같은 말을 도로 표지판에 새기고 있는가 하면 일본말인 ‘노견’을 '갓길'로 바꿔 부른지도 오래전 일입니다. 앞의 펼침막의 경우 “뒤안길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한속도 낮추기”라고 쓰면 좋지 않을까요? 낱말 하나라도 우리 토박이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은 우리 정신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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