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투리 발음에서 첫소리에 오는 단모음 ‘으’는 잘 실현되지 않고 거의 ‘어’에 섞여든다. ‘응답하라’가 ‘엉답하라’로, ‘승리자’가 ‘성리자’로 들린다. 경상북도가 고향인 아내도 ‘느타리버섯’을 [너타리버섣]으로 발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 이름도 자주 헷갈려서 ‘김 승철’이 ‘김 성철’로 둔갑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발음 차이에서 영향을 받은 때문일까? ‘그저’와 ‘거저’의 쓰임도 자주 혼동된다.
우리는 농가 소득이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그저’가 아니라, ‘거저’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거저’는 “아무런 노력이나 조건이 없이”, 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잔칫집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가면 ‘거저 간다’고 말한다. 이에 비하여 ‘그저’는 “변함없이 이제까지”, “별다른 까닭이나 목적 없이”, 이런 뜻으로 쓰는 말이다. 가령 “무슨 말을 해도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라고 할 때에 이런 표현을 쓰고 있다. 말하자면, ‘거저’는 ‘공짜’라는 뜻이고, ‘그저’는 ‘그대로’라는 뜻을 각각 가지고 있다.
비슷한 발음으로 혼동되는 사례 가운데 ‘간여’와 ‘관여’도 있다. “더 이상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마시오.”라고 할 때에, ‘관여’로 써야 할지 ‘간여’로 써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때에는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맞다. 둘 다 “어떤 일에 참여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꼭 구별할 때도 있는데, “이번 공사에 관여한 사람만 해도 천 명이 넘는다.”고 할 때에는 ‘관여’를 쓰고, “선생님 말씀 중에 자꾸 간여하지 마세요.”라고 할 때에는 ‘간여’가 알맞다.
출처: https://www.urimal.org/3107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60] 성기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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