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수의 앨범 가운데 “비와 한 잔의 커피”라는 노래가 있다. 또 다른 가수의 앨범 가운데는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노래도 있다. ‘한 잔의 커피’와 ‘커피 한 잔’은 같은 뜻이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커피 한 잔’이 우리말 표현인 데 반하여 ‘한 잔의 커피’는 우리말을 빌어 표현한 영어투 말이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마셔 왔을 뿐, ‘한 잔의 커피’를 마시지는 않았다.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한 근’을 주문하기는 해도 ‘한 근의 돼지고기’를 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영어를 직역한 말이 우리말처럼 변해서 쓰이고 있는 언어 현실이 우리말 환경을 매우 어지럽히고 있다. 영어를 직역하는 버릇 때문에 잘못 퍼지게 된 말 가운데, ‘~로부터’라는 표현이 있다.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와 같은 문장이 그러한 것이다. 본디 우리말에서 어떤 행동이 비롯된 대상임을 나타내거나, 행동의 출발점을 나타낼 때 쓰는 조사는 ‘에서’나 ‘에게서’, ‘한테서’ 같은 말들이다. 그런데 지난날 영어권에서 유학을 했던 지식인들이 ‘from’이 들어간 영문을 분별없이 ‘~으로부터’로 옮겨 써 버릇했는데, 이런 태도가 오늘날 국어 문장을 영어 구문처럼 만들어 버린 원인이 되었다. “어머니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는 “어머니에게서 꾸지람을 들었다.”로 고쳐 써야 우리말다운 표현이 된다. 본디 우리말 ‘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처럼 써오던 말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출처: https://www.urimal.org/2976?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53] 성기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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