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줄가리’라는 토박이말이 있다. 본디의 몸뚱이나 원줄기에 딸린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휴대전화를 사면 딸려오는 액정 보호 필름이나 이어폰도 여줄가리이고, 사람 몸에 장신구로 쓰이는 머리띠나 머리핀, 귀고리, 반지, 팔찌 따위 액세서리들도 여줄가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토박이말 여줄가리는 중요한 일에 곁달린,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을 나타낼 때 주로 많이 쓰이게 되었다.
여줄가리를 떼어내면 ‘졸가리’가 된다. 그래서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졸가리라고 불렀고, 사물의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를 졸가리라 하게 되었다. 우리 눈에 보이고 우리 귀에 들리는 갖가지 정보들에서 졸가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보 분석가라는, 졸가리를 찾는 꾼들이 생겨난 게 아닌가 한다. 이 졸가리의 큰말이 우리가 잘 아는 ‘줄거리’이다.
이 말들 외에 ‘가리’가 붙어 쓰이는 우리말은 무척 많은데, 대개는 어떤 물건 더미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볏단을 차곡차곡 쌓은 더미를 ‘볏가리’라 하고, 보리를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보릿가리’라고 한다. 지금도 농촌에서 자주 쓰이는 ‘짚가리’는 물론 짚단을 쌓아놓은 더미를 말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빚더미와 동의어로 쓰이는 ‘빚가리’도 ‘가리’가 붙어 쓰이는 순 우리말이다. 자꾸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의 빚가리, 나라의 빚가리가 국민의 근심이 되고 있어 그런지, ‘천지삐까리’라는 특정 지역 사투리가 ‘천지 빚가리’로 들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