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허리가 줄은 것 같아

튼씩이 2021. 3. 9. 07:49

오늘이 경칩이니까, 이제 새봄이 바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미세먼지가 뒤덮이건 말건 얼어붙었던 땅도 희색만면해지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에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여성들은 이제부터 옷맵시를 뽐내고 싶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허리 치수가 줄었다고 할 때, “허리가 줄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줄다’처럼 어간 받침이 ㄹ인 말들은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를 붙일 때 보통 ㄹ이 탈락된다. ‘줄은 것 같아’가 아니라 ‘준 것 같아’라고 해야 한다. (‘같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므로 ‘허리 치수가 줄었어.’가 바람직한 표현이다.) “한국어가 많이 늘은 이주 여성”이라고 할 때에도, ‘많이 늘은’이 아니라 ‘많이 는’이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떡을 썰은 뒤에’도 ‘떡을 썬 뒤에’가 된다.


우리 귀에 익은 대중가요 가운데,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라는 가사가 들어 있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에서의 “거칠은 벌판으로”라는 구절은 “거친 벌판으로”라고 바로잡아야 한다. ‘거친’을 ‘거칠은’으로 잘못 쓴 것인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녹슬은 기찻길”이라는 말도 있다. ‘녹슬다’를 ‘녹슬은’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때에는 “녹슨 기찻길”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말에서 ㄹ은 대체로 ‘ㄴ,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탈락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찰밥’, ‘찰떡’, ‘찰흙’이라고 할 때의 ‘찰’도 ㅈ으로 시작하는 ‘-지다’ 앞에서 ㄹ이 없어지고 ‘차지다’가 된다. 이런 예로, ‘바늘’과 ‘질’이 합쳐질 때에도 ㄹ이 탈락되기 때문에 ‘바늘질’이 아니라, ‘바느질’이라고 하는 것이다.

 

 



출처: https://www.urimal.org/2189?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6] 성기지 운영위원   2019. 3. 6.

 

'우리말을 배우자 > 한글문화연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복’과 ‘해방’  (0) 2021.03.11
의거, 순국선열  (0) 2021.03.10
추스르다, 추어올리다  (0) 2021.03.08
나는 나는 슈퍼맨  (0) 2021.03.07
봄채마, 봄단장, 봄뜻  (0) 2021.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