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실(宗室) 원흥수(原興守) 이후(李煦)가 별감(別監) 김세명(金世鳴)을 만났는데, 김세명이 이후가 답례 절을 하지 않는다며 욕을 하므로, 후가 화를 내며 그의 입에다 오물을 집어넣고서 마구 때렸습니다. 그 뒤 김세명이 패거리 20여 명을 데리고 이후의 집에 갑자기 뛰어 들어가 이후를 끌어내다 묶어 놓고 마구 때렸습니다. 이후의 형 이경(李炅)이 격고(擊鼓, 임금이 나들이할 때, 억울한 일을 상소하기 위하여 북을 치는 일)하고 대궐에 들어가려고 하였는데, 별감 등이 기미를 알아차리고 몰아서 쫓아내고 뺨을 때려 피가 났으며, 사모(紗帽)가 벗겨져 땅에 떨어졌습니다.”
위 내용은 《숙종실록》 38년(1712) 10월 20일의 기록입니다. 여기서 김세명은 액정서별감(掖庭署別監) 곧 궁궐 안에서 왕실의 명령 전달, 알현 안내, 문방구 관리, 궐내 각 문의 문단속, 궐내 각종 행사 준비, 시설물관리, 청소ㆍ정돈 따위의 잡무를 담당하는 하급 관리였고, 이후는 임금의 친족 곧 종친입니다. 액정서별감이 감히 종친을 두드려 팬 사건이지요. 물론 김세명은 처벌받았지만 이런 사건이 조선시대 내내 벌어집니다.

▲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가운데 <야금모행도>, 18세기, 종이에 채색, 28.2×35.6㎝, 간송미술관> / ‘야금모행도’란 통행금지 시간에 몰래 다니는 그림이란 뜻으로 왼쪽 붉은 옷을 입은 이가 조선시대 무뢰배 별감이다.
《순조실록》 16년 6월 3일 일입니다. 포교들이 술 취한 무뢰배들을 잡았는데 그 무뢰배 가운데 박몽헌이란 자가 궁궐 하인을 지냈다기에 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박몽헌의 아비가 왕비대전의 별감 한패를 데리고 포도대장 집에 들이닥쳐 포교를 때리고 집을 부쉈지요. 이렇게 그들은 술 마시고 주정하는 것은 물론 포도청에 마구 들어가 갇힌 동료를 구출해내는 일도 예사로 저질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힘 있는 자리에 있다고 하여 위세를 부리는 무뢰배들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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