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에서 쓰던 도장으로는 국새와 어보가 있습니다. ‘국새는(國璽)’는 외교문서를 비롯한 각종 공공문서에 공적 목적으로 쓰였지요. 이와는 달리 ‘어보(御寶)’는 주로 존호(尊號, 임금이나 왕비의 덕을 칭송하여 올리던 이름)와 시호(諡號,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칭송하여 임금이 품계를 높여주던 이름)를 올리는 등 궁중 의식을 치를 때 의례용으로 쓰던 도장입니다. 그런데 국새는 정변이나 전쟁 등으로 대부분 불타거나 없어졌지만 어보는 종묘에 보관했기에 대부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어보와 국새의 모양과 크기, 재료는 거의 비슷합니다. 어보의 높이는 대략 10센티미터, 무게는 2~7킬로그램 정도며, 재료로는 금ㆍ은ㆍ옥 등이 쓰입니다. 대부분 사각 몸체에 거북이나 용 모양의 손잡이에 끈이 달린 모습인데 거북 모양의 손잡이는 임금을 상징하고, 황제의 상징으로는 용이 쓰였습니다. 어보에 새긴 글자는 임금ㆍ왕비ㆍ세자ㆍ세자빈 등의 시호(추증한 이름)나 존호(임금이나 왕비의 덕을 칭송하여 올리던 이름), 휘호 등을 새겼는데 적게는 4자에서 많게는 100자가 넘는 것도 있습니다.
▲ 고종 어보(왼쪽), 명성황후 어보(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기록상으로 조선 왕실의 어보는 모두 366과(어보를 세는 단위)가 만들어졌으며, 현재 국내에 있는 어보는 324과인데 대부분 국립고궁박물관에 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고종어보와 명성황후 어보는 44년 동안 미국 스미스소니언자연사박물관에 근무했던 고조창수 여사가 미국 경매에 나온 것을 산 뒤 고국에 기증한 것입니다. 나머지 외국에 있는 어보들은 6·25전쟁 때 사라져 불법 유통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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