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 은자들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니 참으로 좋을시고 / 즈믄해를 이대로 전하여 봄 직하지 않은가 / 삼년 뒤 정월 초하룻날 밤 치지정에서 다시 펼쳐 보고서 시를 짓는다.” 이는 안평대군이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를 다시 꺼내 보고 감탄하여 지은 시입니다. 그렇게 안평대군은 ‘몽유도원도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일본 덴리대학(天理大學) 중앙도서관 소장
안평대군이 서른 살 되던 해인 1447년 어느 날 잠을 자다가 신선들과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노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깬 뒤 너무나 생생한 장면을 잊을 수 없어 화가 안견에게 부탁해서 그린 그림이 바로 세로 38.7㎝, 가로 106.5㎝ 크기의 몽유도원도입니다. 이 몽유도원도는 현재 일본 덴리대학(天理大學) 중앙도서관에 있는데 덴리대학은 이 그림이 훼손될까 봐 염려된다면서 2009년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몽유도원도를 보고 그와 가까웠던 스물세 명의 선비들이 감상평을 써두었지요. 그 뒤 10년이 지나지 않아 안평대군은 그의 형 수양대군에 의해 강화도로 유배됐다가 사약을 받고 죽었으며, 감상평을 썼던 사람들 가운데 두세 명을 빼고는 모두 세조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김종서,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몽유도원도‘는 결국 ’살생부‘ 곧 피의 그림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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