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92호) 어린이날 나흘 동안이나 기린 1924년

튼씩이 2021. 5. 5. 13:15

“학대를 바드나 다름이 업는 조선의 <어린이>를 위하야 새로 작명된 <어린이날>은 인제 몃날이 남지 아니 하얏슴으로 이날을 긔념하는 동시에 어린이들을 위하야 엇더한 <노리>를 꿈일가함에 대하야 재작일밤 유지 일동이 시내 경운동 천도교당에 모히어 여러 가지로 협의한 결과 원래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거룩한 명절을 삼아 일년에 한번식은 오로지 그들의 세계를 만들려는 것이 본지임으로 어린이날인 <오월일일>의 하루에만 그치지 말고 서양의 크리쓰마쓰와 가치 몃칠 동안을 이어서 즐겁게 지내도록 하기 위하야...”

 

 

 

▲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왼쪽), 동아일보 1924년 4월 23일 기사

 

 

 

위는 “어린이날의 준비”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1924년 4월 23일 기사로 방정환 선생 등 9명이 천도교당에 모여 어린이날을 나흘 동안 기리자고 결정했다는 내용입니다. 또 나흘 동안 기리는 행사를 보면 5월 1일은 어린이대회를 열어 가극, 음악 등으로 밤이 깊도록 즐기고, 5월 2일엔 어린이보호자대회도 열기로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날인 5월 4일엔 일을 하는 어린이를 위하여 직업소년위안회를 겸하여 어린이 야유회를 열어 그네뛰기, 씨름 등을 하도록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날이라는 이름을 걸고 어린이날을 처음으로 기리기 시작한 해는 1923년입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3년 《어린이》 잡지를 만들고 그해 5월 1일 어린이날을 만들었는데 조선이 어려운 처지에 지내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날만큼은 명절처럼 지내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1939년 이를 금지해 해방되기까지 어린이날을 지낼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코로나 돌림병의 큰 유행으로 어린이들은 올해 어린이날도 어린이날 같지 못할 것입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끝나 어린이들에게 신나는 삶을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 개성의 어린이날 행진 사진, 동아일보 1924년 5월 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