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예품 중 하나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부채에 새겨진 글과 그림이 사용자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인식이 있어 부채 위에 글과 그림을 써넣는 풍속이 유행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선면화 6종을 주제로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부채를 사용하였고, 고려 시대에 세계 최초로 접고 펼 수 있는 쥘부채를 창안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다양한 형식의 부채가 발달했습니다. 특히 쥘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행했으며, 조선 시대의 화가들은 격조 높은 선면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정선은 부채에도 많은 실경을 그렸습니다. 기념우표에 담긴 ‘정양사도’는 금강산 정양사에서 바라본 일만 이천 봉의 금강산 실경을 산수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뾰족뾰족한 암산과 부드러운 토산이 정양사 지붕 너머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입니다. 평생을 자연과 벗하며 무욕의 세월을 보냈던 이인상의 ‘송하관폭도’는 소나무 아래에 앉아 폭포를 바라보는 선비를 그린 작품입니다. 바위 중앙에 뿌리를 내리고 폭포수를 향해 구부러진 노송의 생명력이 폭포의 장쾌한 물소리와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화가 김홍도의 1778년 작품인 ‘서원아집도’는 중국 북송의 문인들이 황제의 부마 왕선(王詵)의 정원에 모인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소동파, 이공린과 같은 쟁쟁한 인물들을 저마다 분명한 동작으로 빼곡하게 담아내어 김홍도의 대가다운 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홍도와 동갑내기 화가인 이인문의 ‘송계한담도’는 시냇가에 선비 세 명이 편한 자세로 앉아 소나무 바람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맑고 청아한 인상을 줍니다. 그림에 담긴 여름날의 풍류가 부채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집니다.
‘매화도’는 고운 꽃 그림으로 이름난 신명연의 작품입니다. 반원형의 선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백매화와 홍매화 줄기를 먹과 엷은 색으로 그린 작품으로,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멋을 지향했던 신명연의 화풍을 잘 나타냅니다. 근대 서화가 이도영이 쏘가리와 주전자를 그리고, 고희동이 옥수수와 수박을 그린 ‘기명절지도’ 부채는 스승 안중식이 글을 더한 작품입니다. 그림 속의 여러 과일과 채소는 모두 복을 뜻하며, 여러 서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채에 아름다움과 복을 나타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선면화는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혀주는 부채에 글과 그림을 넣어 이를 펼 때마다 흥을 돋우는 휴대용 미술품이었습니다. 선면화 기념우표를 통해 멋과 풍류를 즐겼던 선조들의 삶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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