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국립국악원은 매주 한 편, ‘국악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GugakIN 人’입니다. 한글은 전혀 없고, 알파벳과 한자를 섞어 이상한 글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호의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제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고 외국어 쓰기는 즐기는 이러한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는 국어사전들의 잘못된 이끎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말글연구회 회장을 지낸 고 정재도 선생은 “우리 사전들에는 우리말에다가 당치도 않은 한자를 붙여 놓은 것이 많다. 우리말이 없었다는 생각에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데 우리는 한자 없이도 우리말을 쓰는 겨레다. 우리말이 한자 때문에 없어진 것이 많은데 그나마 남아있는 우리말도 한자말로 둔갑시키고 있다.”라고 말했지요.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부실하다’를 우리말로 다루어 “①다부지지 못하다 ②정신이나 행동이 모자라다 ③실속이 없다 ④충분하지 못하다 ⑤넉넉지 못하다 ⑥미덥지 못하다”처럼 풀어 놓았는데 남한 사전들은 이 ‘부실하다’에 말밑(어원)으로 ‘不實’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러나 ‘부실하다’와 ‘不實’은 다른 말입니다. ‘부실하다’는 ‘튼실하다’의 상대말이고, ‘불실(不實)은 ‘결실(結實)‘의 상대말로 ’불실과(不實果, 수정이 되지 않아서 꽃핀 뒤 열매를 맺지 않는 씨방)‘에나 쓰입니다. 국어사전이 엉터리니, 국립국악원처럼 어처구니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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