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한글문화연대

아닐 수 없다

튼씩이 2021. 6. 12. 17:05

말을 하다 보면 때로는 군더더기를 붙여 말하기도 하고, 서툰 표현으로 논리성이 갖추어지지 않을 때도 더러 있다. 언제 어느 때든 우리말을 효율적이고도 간명하게 사용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개인의 품격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말의 오롯한 전승과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요즘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 무역 관련 단체들이 의견서를 내고 있는데, 이를 보도하는 기사 가운데 “단체의 주장이 담겨진 글에는…”과 같은 문장이 눈에 뜨인다. 그뿐 아니라 많은 기사와 공문서에서 “~가 담겨진”이란 표현을 볼 수 있다. ‘담다’를 피동형으로 쓰면 ‘담기다’가 되고, 관형형으로는 ‘담긴’이 된다. 그런데 ‘담기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인지 이 말을 ‘담겨지다’, ‘담겨진’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때의 ‘-어지-’는 군더더기일 뿐이다. “단체의 주장이 담겨진”은 “단체의 주장이 담긴”으로 해야 효율적이다.


기사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투 가운데 ‘~가 아닐 수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중요한 국가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라든지, “새 정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와 같은 말들이 그렇다. 이런 말들은 뜻을 간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기사문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도둑질한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 사람을 보고 “너는 도둑이 아닐 수 없다.”라고 하면, 언뜻 듣기에 뜻을 강조한 것 같아도 사실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호해지고 논리성이 없게 느껴질 뿐이다. “중요한 국가적 관심사다.”, “새 정부에 큰 부담이다.”처럼 간명하게 뜻을 나타내야 한다.



출처: https://www.urimal.org/1384?category=411632 [한글문화연대 누리집]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3] 성기지 운영위원     2017.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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