階前偃蓋一孤松(계전언개일고송) 계단 앞에 누운 듯 서 있는 한 그루의 외로운 소나무
枝幹多年老作龍(지간다년로작룡)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지난 늙은 용의 모습이네
歲暮風高揩病目(세모풍고개병목) 해 저물고 바람 높을 제 병든 눈을 비비고 보니
擬看千丈上靑空(의간천장상청공) 마치 천 길의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네
이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서화가ㆍ시인인 강희안(姜希顔)의 <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이란 한시입니다. 사우정에 올라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영물시(詠物詩, 자연과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시)로, 노송(老松)의 위용(偉容)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했지요.
▲ 순천 선암사의 와송
사우정 앞에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마치 누워 있는 듯 비스듬히 가지와 줄기를 드리우고 있는데 마치 늙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해는 저물고 센 바람이 부는 날 가물가물한 눈을 비비고서 노송(老松)을 바라보니, 천 길이나 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조선 후기 문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이 시에 대해 “격조가 가장 높다.”라는 평을 남기고 있습니다.
강희안은 세종 때 문신 강희맹의 형이며, 1443년 정인지(鄭麟趾) 등과 함께 세종이 지은 정음(正音) 28자에 대한 해석을 상세하게 덧붙인 인물입니다. 1445년에는 최항 등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주석을 붙였으며, 최항ㆍ성삼문(成三問)· 등과 《동국정운(東國正韻)》을 완성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원예에 관한 전문서적인 《양화소록 養花小錄》이 있으며, 그림으로는 〈고사관수도〉ㆍ〈산수인물도〉 등이 전합니다.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렸으며, 특히 전서(篆書)ㆍ예서(隷書)에도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었지요.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레빗 4646호) 추사, 여름날 북한산 올라 순수비 탁본 떠 (0) | 2021.07.21 |
---|---|
[토박이말 살리기]1-63 두루치기 (0) | 2021.07.20 |
[토박이말 살리기]1-62 된물 (0) | 2021.07.19 |
(얼레빗 4644호) 아내와 남편 사이 부름말은 ‘임자’ (0) | 2021.07.19 |
육당 최남선과 언행일치 (0) | 2021.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