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672호) 현대식 정화조 닮은 경복궁 화장실 유구 발굴

튼씩이 2021. 8. 25. 12:49

지난 7월 8일 문화재청은 경복궁 동궁의 남쪽 지역에서 현대 정화조와 비슷한 시설을 갖춘 대형 화장실 유구(遺構)가 확인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경복궁 화장실은 왕세자가 거처했던 동궁과 관련된 하급 벼슬아치와 궁녀, 궁궐을 지키는 군인들이 주로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문헌자료에 따르면 화장실의 규모는 4∼5칸인데, 한 번에 많게는 10명이 썼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발굴조사 끝난 뒤의 경복궁 화장실 유구 전경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의 구조는 길이 10.4m, 너비 1.4m, 깊이 1.8m의 좁고 긴 네모꼴 석조로 된 구덩이 형태로 정화시설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입수구(入水口) 1개와 물이 나가는 출수구(出水口) 2개가 있습니다. 유입된 물은 화장실에 있는 분변과 섞이면서 분변의 발효를 빠르게 하고 부피를 줄여 바닥에 가라앉히는 기능을 하였고 분변에 섞여 있는 오수는 변에서 분리되어 정화수와 함께 출수구를 통해 궁궐 밖으로 배출되었지요. 이렇게 발효된 분뇨는 악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독소가 빠져서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이 구조는 현대식 정화조 구조와 비슷하다고 하지요.

 

한국생활악취연구소 이장훈 소장에 따르면 150여 년 전에 만든 정화시설을 갖춘 경복궁의 대형 화장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합니다. 고대 유적에서 정화시설은 우리나라 백제 때의 왕궁 시설인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었지만, 분변이 잘 발효될 수 있도록 물을 흘려보내 오염물을 정화한 다음 외부로 배출하는 구조는 이전보다 월등히 발달 된 기술로 이 같은 분뇨 정화시설은 우리나라에만 있었다고 하지요.

 

 

 

 

▲ 경복궁 동궁권역 화장실 유구의 평면 추정 재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