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마을마다 정자가 있습니다. 가히 정자의 나라라 할 만하지요. 그 정자란 무엇하는 곳일까요? 정(亭)은 머물러 모이는 곳입니다. 곧 사람들이 여행하거나 이동하는 가운데 쉬기 위해 모이는 곳을 말하지요. 이곳에서는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재충전하여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정자에서는 선비들의 시 짓기와 거문고 연주가 어울려 인문학과 예술이 꽃핀 곳이기도 하지요.
궁궐에도 정자는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에 가면 부용지라는 연못에 아(亞)자 모양의 부용정(芙蓉亭)이 있으며, 애련지라는 연못에는 애련정(愛蓮亭)이 있지요. 또 반도지에는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과 존덕정, 승재정이 있고, 옥류천에는 소박한 초가지붕의 청의정, 태극정, 소요정, 농산정도 있지요.
지방에 있는 정자로 알려진 것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길에 불탔던 파주의 화석정, 신라 헌안왕(857∼860) 때 최치원(崔致遠)이 지었다는 정읍의 피향정(披香亭, 보물 제289호), 정송강유적으로 불리는 담양 식영정(息影亭)과 송강정(松江亭), 영남 최고의 정자라는 봉화의 청암정(靑巖亭) 을 비롯하여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으며, 마을마다 정자가 하나쯤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곧 가을! 집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의 정자에서 옛 사람들의 풍류를 되짚어 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