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70. 깃과 끝동, 섶과 옷고름에 짙은 배색을 한 회장저고리

튼씩이 2016. 8. 24. 09:47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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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24.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월정사에는 중요민속자료 제219호 “세조대의 회장저고리”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옷은 깃과 끝동, 섶과 옷고름 등에 짙은 배색을 한 회장저고리로 1975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동자상에 금을 입히다가 불상 안에서 발견되었지요. 함께 발견된 연기문과 유물의 형태로 보아 1463년(세조 9) 중창 때 수명을 축원하여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고리의 크기는 길이 52.4㎝, 품 34㎝이며, 전체적인 모습은 품이 넓어서 소매길이와 저고리길이가 짧게 보일 정도지요.

깃은 네모로 각이 진 목판깃이며, 직선 형태의 소매(직배래)와 짧고도 좁은 옷고름 등이 조선초기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저고리의 전체적인 구성은 균형이 잘 맞으며, 색상도 전통적인 쪽물 염색이 잘 보존되어 있지요. 같은 색깔을 옅고 짙게 하여 교대로 배치하여 배색효과를 잘 살렸는데, 이것은 우리 옛 겨레가 의생활을 단순히 흰색이나 원색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저고리의 뒷 중심선 오른쪽에 “장씨소대(長氏小對)”라는 글씨가 있어 저고리의 주인이 세조의 후궁 가운데 장씨 성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요. 현재 우리나라에 보관되고 있는 저고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조선 초기 저고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유물은 원래 문화재 이름이 “세조대의 백초회장저고리”였지만 이 저고리에 명주의 한 종류인 ‘백초(白貂)’는 쓰이지 않았으므로 “세조대의 회장저고리”로 바뀌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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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64 >

끓는 물에 던져진 도적 이시카와고에몬, 의적으로 부활하다



일본 소학관에서 나온 《일본사세시기366일(日本史歲時記366日)》의 8월 24일 이야기를 보면 좀 섬뜩한 이야기가 나온다. 풍신수길 시대인 1594년 8월 24일 강도 두목인 이시카와고에몬(石川五右衛門)이 잡혀 그 가족과 함께 산채로 펄펄 끓는 가마솥에 던져 죽은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허구로 여겨졌으나 예수회 선교사인 페트로모레몬의 일기 속에 “이 일은 분로쿠 3년 여름일이다. 기름에 튀겨진 인물은 다름 아닌 이시카와고에몬과 그 가족 9명이었다.”라는 기록이 나와 실제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기록한 또 한사람은 에도초기의 학자인 하야시라잔(林羅山)이다. 하야시라잔이 편찬한 《풍신수길보(豊臣秀吉譜)》에 따르면 “분로쿠 시절 이시카와고에몬이라는 도적이 강도 등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로 풍신수길이 체포하게 하여 어머니 이하 28명의 관련된 사람들을 산죠가와라에서 삶아 죽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후 날강도 이시카와고에몬은 의적(義賊)으로 변신, 가부키(歌舞伎)등에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뜨거운 가마솥에 빠트려 죽었다고도 하고 펄펄 끊는 기름에 튀겨졌다고도 하는 등 그 죽음의 방법도 변형된 채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시카와고에몬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서부터 소설, 애니메이션, 노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층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렇게 되다보니 그의 출생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설을 달고 다니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오죽 인기가 있으면 《일본사세시기366일(日本史歲時記366日)》의 8월 24일 조에 소개되고 있을까 싶다. 정말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면 무척 잔인한 사건이었을 텐데 말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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