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은 지름이 1자(30.3cm)쯤 된다. 타원형이며, 머리는 작고 둥글다. (가운데 줄임) 주머니가 있어 먹물을 담고 있는데 다른 동물이 습격하면 그 먹물을 뿜어내어 현혹한다. 그 먹물을 가져다 글씨를 쓰면 색이 매우 빛나고 윤기가 난다. 다만 오래 두면 벗겨지고 떨어져서 흔적이 없어지는데 바닷물에 담그면 먹물의 흔적이 다시 새롭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정약용(丁若鏞)의 형인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이 흑산도 유배시절 쓴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있는 ‘오징어’에 관한 내용입니다. 물론 여기서는 오징어가 아니라 ‘오적어(烏賊魚)’라고 써 놓았습니다. 다산의 제자 이청(李晴)이 붙인 설명에 보면 ˝날마다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아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잡아가지고 물속에 들어가 먹으므로 오적(烏賊)이라 이름지었는데,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라고 하였다.˝라고 《남월지(南越志)》 기록되어 있다고 돼 있습니다.

▲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국립중앙도서관
물론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쓴 책이지만, 서해문집의 《자산어보》에 보면 이청이 《자산어보》 내용에서 42% 차지하는 방대한 분량의 주석을 붙였다고 소개해 《자산어보》는 정약전과 이청의 공동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산어보》는 흑산도에서 알게 된 장덕순(창대)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하지요. 《자산어보》는 올해 5월 이준익 감독이 영화화하여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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