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는 인간의 이야기다
동양을 넘어 전 세계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사기》는 사마천이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유언을 받들어 집필한 역사서로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황제(黃帝) 시대로부터 자신이 살았던 한무제(漢武帝) 때까지 2000여 년을 다루었다. 특히 주(周)나라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제후국 50개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 칠웅(戰國七雄), 즉 진(秦)을 비롯한 한(韓)·위(魏)·제(齊)·초(楚)·연(燕)·조(趙) 등의 흥망성쇠 과정은 제왕과 제후 또 그들을 위해 일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되어 있어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긴장감 있는 문체로 적은 기록이라 할 수 있다. - 13쪽 -
합종연횡(合從連衡)
중국 전국 시대에 소진은 서쪽의 강국 진(秦)나라에 대항하려면 남북으로 위치한 한(韓)·위(魏)·조(趙)·초(楚)·연(燕)·제(齊)의 여섯 나라가 동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의는 진나라가 이들 여섯 나라와 횡으로 각각 동맹을 맺어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전략을 주장했다. 소진의 합종술과 장의의 연횡술을 아울러 ‘합종연횡’이라고 한다. - 28쪽 -
와신상담(臥薪嘗膽)
불편한 장작더미에 누워 자고 쓰디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으로, 오나라와 월나라의 싸움에서 유리한 말이다. 오나라의 왕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며[와신(臥薪)] 월나라 왕 구천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했고, 그에게 패배한 월나라 왕 구천은 쓸개을 핥으면서[상담(嘗膽)] 복수를 다짐했다. 이후 ‘와신상담’은 원수를 갚거나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 34쪽 -
화씨벽의 유래
초나라 사람 변화, 곧 화씨가 초산(楚山)에서 옥돌을 발견해 여왕(厲王)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을 다듬는 사람에게 감정하도록 했다. 옥을 다듬는 사람이 돌이라고 하자 왕은 화씨가 자기를 속이려 했다고 생각하여 그의 왼쪽 발을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또 그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이 옥을 다듬는 사람을 시켜 감정하게 했는데, 그가 다시 돌이라고 하자 무왕 또한 화씨가 자기를 속이려 했다고 여기고 화씨의 오른쪽 발을 잘랐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초산 아래에서 그 옥돌을 끌어안고 사흘 밤낮을 울었고, 나중에는 눈물이 말라 피눈물을 흘렸다. 문왕이 이 소식을 듣고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묻자, 화씨의 답은 이러했다.
“저는 발이 잘려서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옥을 돌이라 하고 정직한 인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 벌을 내린 것이 슬픕니다. 이것이 제가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자 왕은 그 옥돌을 다듬게 해 훌륭햔 보배를 얻었다. 그리하여 이를 ‘화씨벽[화씨의 옥]’이라고 이름 붙였다. - 44∼45쪽 -
사마천은 궁형이라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효성 지극한 아들이었다. 그는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주공과 공자를 이어받아 고문헌을 재해석하는 일을 자신의 과업으로 삼았다. 3000여 년의 중국 고대사를 복원해 낸 사마천의 의지 가운데에는 부친을 향한 연민이 상당 부분 자리 잡고 있었다. 《사기》는 어찌 보면 사마천 혼자 쓴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못다 쓴 저술을 이어 쓴 것이다. 《사기》 속에 나오는 ‘태사공 왈’이라는 말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표출이며, 맨 처음 책 제목을 ‘태사공서’라고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 65쪽 -
권토중래(捲土重來)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은 항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제오강정(題烏江亭)>이라는 시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기고 지는 것은 전쟁에서 기약할 수 없는데 勝敗兵家事不期,
치욕을 안고 견디는 것이 사나이다. 包着忍恥是男兒,
강동의 자제들 중에는 인재가 많으니 江東子弟才俊多,
흙을 말아 올려 다시 오는 날을 알지 못한다. 捲土重來未可知.
여기서 “흙을 말아 올려 다시 오는(捲土重來)”이라는 말은 항우가 자결하지 않고 세력을 만들어 다시 유방과 싸웠더라면 그 승패의 향방은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시에서 유래한 ‘권토중래’라는 표현은 한 번 실패했으나 힘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옴을 이르는 말이다. 한두 번의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다시 도전하는 자세로 나아간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 87쪽 -
큰 상인이자 갑부인 여불위는 여러 제후국을 돌아다니며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갖게 되었다.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던 자초를 두고 “이 진귀한 재물은 사 둘 만하다.”라고 말하는 데서 여불위의 안목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것임을 알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첩을 자초에게 주어 훗날에 대비한다. 여불위는 진나라의 상국(相國)이 되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그 첩이 낳은 아들은 진시황이 되었다. 물론 여불위의 처세에 아쉬움도 있다.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고 진시황의 생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진시황에게 발각되어 여불위는 상국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목숨에 위협을 느긴 여불위는 스스로 독주를 마시고 죽는다. - 182쪽 -
괴통의 계책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기 전 괴통은 천하 대권의 향방이 한신에게 달렸음을 알고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독립하라는 계책[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을 내놓는다. 유방 밑에 있으면 언젠가는 당할지 모르니 일찌감치 벗어나라고 권한 것이다. 그러나 한신은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역적으로 몰려 죽는다. 한신이 “괴통의 계책을 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라고 후회하며 죽은 것을 전해 들은 유방은 괴통을 삶아 죽이려 했다. 그러자 괴통은 “개는 본래 자기 주인이 아닌 사람을 보면 짖기 마련이다.”라고 하며 당시 자신은 “한신만 알았을 뿐 폐하는 알지 못했다.”라고 답했고, 이에 고조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여겨 그를 풀어 주었다. - 192쪽 -
주머니 속의 송곳을 뜻하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의 연원이 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모수는 수천의 식객 사이에서 눈길을 받지 못하고 세월을 보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자신을 송곳 끝도 아닌 자루라고 말하자 평원군은 아연실색했고 주위의 식객들도 다 비웃었다. 주머니는 평원군이고 자루는 모수요 끝은 다른 식객들의 하찮은 재주를 의미하는 것이닌 웃음이 나왔을 법하다. 그런데 모수가 백만 대군이 하지 못할 일을 성사시키고 돌아오니, 평원군도 더는 함부로 선비를 뽑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사람의 능력은 때로 자신도 모르게 펼쳐지는 법이다. - 22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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