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장마철이어서 비가 억수로 올 때가 잦습니다. 그런데 내리는 비에도 사연을 간직한 경우가 있습니다. 명절인 유두날(음력 6월 15일)에 비가 오면 ‘유두물’이라고 하는데 이 유두물이 오면 연사흘 내리 내린다고 합니다. 그것은 부녀자들의 바깥나들이가 안되던 시절에 특별히 나들이를 허락받은 날임에도 비가 내리면 나들이를 하지 못해 그 한이 서려 사흘 동안이나 내린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특정한 날에 내리는 비에는 태종우도 있습니다.
▲ 우중(雨中)>, 그림 운곡 강장원 작가
‘태종우(太宗雨)’는 심한 가뭄이 들어 백성이 고통받자 태종임금이 내가 죽어 하늘에 빌어 비가 오게 하리라고 유언하면서 죽었는데 죽은 그날 비가 내렸음은 물론 그 뒤 해마다 그날 곧 음력 5월 10일이 되면 태종우가 내렸다고 하지요. 또 ‘살창우(殺昌雨)’는 광해군에 의해 강화도로 유배된 영창대군을 강화부사가 방에 가두고 불을 펄펄 때서 죽였는데 방바닥에서 손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필사의 몸부림을 치다 죽었기에 그 한으로 서럽게 죽은 영창대군의 눈물이 비가 되어 음력 2월 9일 앞뒤로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음력 7월 1일이면 내리는 ’광해우(光海雨)‘도 있습니다. 인조반정으로 제주도에 유배되어 가시울타리 속에서 죽었기 때문에 광해군의 한이 맺혀 비를 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광해우는 광해군 자신의 한이 아니라 백성이 받는 고통을 임금으로서 풀어주지 못했음을 한스러워했다고 하지요. 우리 겨레는 이렇게 비에도 사연이 있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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