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4739호) 내일은 처서, 살사리꽃이 한창일 때

튼씩이 2022. 8. 22. 07:15

내일 화요일은 24절기의 열넷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이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불볕더위도 처분하고 가을을 재촉하는 건들바람이 부는 때지요. 이즈음 옛사람들의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포쇄(曝曬)’라고 해서 뭔가를 바람이나 햇볕에 말렸습니다. 부인들은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책을 말리는 방법은 우선 바람을 쐬고(거풍, 擧風), 아직 남은 땡볕으로 말리며(포쇄)하며, 그늘에 말리기도(음건, 陰乾) 합니다.

 

                                      ▲ 처서 때가 되면 부인들은 옷을, 선비들은 책을 말렸다.(그림 이무성 작가)

 

처서 무렵 우리에게 익숙한 꽃은 한해살이풀 코스모스인데 토박이말로는 ‘살사리꽃’이라 부르지요.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10년 무렵 건너왔다고 하며,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하늘거리는 모양이 참 아름답게 보여 ‘살사리꽃’이라고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이 아름다운 말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코스모스의 잘못된 이름” 또는 “코스모스의 비표준어”라고 나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 처서 무렵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대 아름다운 ‘살사리꽃’

 

이때쯤 생각나는 토박이말 가운데는 ‘가을부채’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여름을 나지만, 옛사람들은 부채로 여름을 견뎠지요. 그런데 그 부채도 처서가 지나고 건들바람이 불면 쓸모가 없어져 버립니다. 더울 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지만 가을이 되면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 바로 ‘가을 부채’입니다. 그래서 한 때 쓸모 있던 것이 철 또는 유행이 지나 쓸모없게 된 물건을 ‘가을부채’라고 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