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의 스물한째 ‘대설(大雪)’입니다. 한해 가운데 눈이 가장 많이 온다고 하여 대설이지만, 원래 24절기의 기준점 중국 화북지방과 우리나라는 지역이 달라서 꼭 이때 눈이 많이 오지는 않습니다.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이 오는 정경을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라고 읊조립니다. 김광균 시인은 한밤에 홀로 서서 ‘그리운 소식’처럼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눈을 뚫고 핀 매화 <서설춘신31, 운곡 강장원 작가>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눈이 보리를 덮어줘야 추위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눈이 오지 않으면 기우제처럼 기설제(祈雪祭)를 지냈습니다. 숙종실록 11년(1685) 11월 13일 자 기록 “절후(節候)가 대설(大雪)이 지났는데도 한 점의 눈도 내리지 아니합니다. 중신(重臣)을 보내서 기설제(祈雪祭)를 종묘(宗廟)와 사직단(社稷壇) 그리고 북교(北郊)에서 행하기를 청합니다.”라고 임금에게 청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카트만두라는 작은 왕국에는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나운 할단새[鳥]도 이 대설 무렵만은 눈보라에 꼼짝 못 한다고 하지요. 혹독한 추위의 밤 동안 할단새는 늘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라고 맘먹지만 따뜻한 낮에는 빈둥빈둥 놀기만 합니다. 그렇게 낮에는 즐기다가 늘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며 후회하는 할단새, 우리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줍니다. 대설 때는 가을에 거둬들인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어서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는 대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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