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제4789호) 오징어는 오적어, 까마귀를 잡아먹는다(?)

튼씩이 2023. 1. 28. 11:52

우리가 밥반찬이나 군것질로 즐겨 먹는 오징어의 한자말은 ‘오적어(烏賊魚)’ 또는 ‘묵어(墨魚)’입니다. 오적어는 까마귀 오(烏)와 도둑 적(賊), 고기 어(魚)가 합쳐 생긴 말로 여기에는 재미난 유래가 있습니다. 오징어란 녀석은 물 위에 죽은 듯이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를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려고 할 때 발로 감아 잡아서 재빨리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고 해서 오적어(烏賊魚)입니다. 그래서 오징어는 까마귀 도둑이 된 것이지요. 또 다른 별명 묵어는 먹물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징어와 관련된 말에는 ‘오징어묵계’라는 것도 있습니다. 조선후기에 쓰인 요리서 《소문사설(謏聞事說)》에 보면 오징어묵계 얘기가 나옵니다. 이 책에 보면 “오징어는 뱃속에 먹물이 있어 그것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 다만 세월이 지나면 글씨 흔적이 사라져 종이 위에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 예전에 간사한 백성이 이것으로 문서를 만들어 사람을 속였으니 송사를 맡은 관리는 알아두어야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지요.

 

▲ 소문사설(謏聞事說)의 ‘‘오징어묵계’ 부분, 《소문사설》은 펴낸이가 이시필(李時弼)이라는 설과 이표(李杓)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그래서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오징어묵계라”합니다. 특히 젊은 남녀가 한 사랑의 맹세가 깨질 때 이 말을 쓴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오징어묵계로 상처받은 적이 있나요?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많은 공약을 내겁니다. 그런 공약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바로 “오징어묵계”인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