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가 나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나라의 국화라면서 무궁화를 심고 무궁화공원을 만들곤 하는 것이 이상스럽기만 했다. 특히 우리 역사서와 문학 그리고 그림에도 등장하지 않는 무궁화가 어찌 갑자기 국화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강효백 교수의 책 《두 얼굴의 무궁화》와 《한국 진달래 오라》을 읽고 그 궁금증이 확연히 풀렸다.
▲ 강효백 교수의 책 《두 얼굴의 무궁화》와 《한국 진달래 오라》 표지
강 교수는 먼저 머리말에서 ‘우리나라 옛시조 3,355수 중 단 한 수라도 무궁화를 노래했더라면’, ‘약 4,965만 자의 조선왕조실록에 무궁화가 단 번이라도 나왔더라면’, ‘화훼식물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그림 154점 가운데 무궁화 그림을 단 한 점이라도 볼 수 있었더라면’, 구한말 이전 옛 민요 2,585곡 중에 무궁화를 노래한 민요를 단 한 절이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무궁화 재배 가능지가 황해도 이남이 아니고 북한과 만주까지였더라면‘ 등을 제시하면서 무궁화는 우리의 국화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뿐만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정말 한반도의 무궁화를 뿌리채 뽑고 불살라버리는 등 탄압했더라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은행권 10종 지폐 속 무궁화 문양이 없었더라면’, ‘일본 야후재팬에 무궁화=일본꽃(木槿=日本花) 사진 254,000장, 동영상 26,500편과 무궁화=일본혼(木槿=日本魂) 사진 301,000장, 동영상 4,030편이 없었더라면’, ‘일본 우익 총본산 일본회의(日本會議) 뱃지의 핵심 문양이 무궁화가 아니었다면’ 등을 지적하면서 그렇다면 이 책을 쓸 까닭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한국 지폐 속(1932~1950) 무궁화 무늬 변천사
그러면서 무궁화가 우리의 꽃이라면 온 나라에 단 한 곳도 자생지가 없을 수가 있는지, 1921년 일본학자가 모리 다메조가 쓴 《조선식물명휘》와 1942년 정태현이 쓴 《조선삼림식물도서》는 물론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2017)》에도 자생식물이 아닌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식물이라고 명기될 수가 있는지 묻고 있다.
책에는 또 테라우치 총독이 무단정치를 하는 때인 1911년 5월 일본 내각 문부성은 소학교 1학년 음악교과서를 펴냈는데 그 맨 앞장에는 “흰 바탕에 빨강 히노마루(日の丸)가 물들인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히노마루의 기>라는 동요를 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히노마루기는 히노마루라는 품종의 무궁화를 평면에 펼쳐 국기로 형상화한 것이라면서 무궁팽창 제국주의를 표방한 욱일기의 본뜻을 분명히 짚어낸다. 그런데도 우리가 무궁화를 대한민국의 국화로 인정할 것인가?
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롭게 무궁화 품종을 선발하는 데 앞장서 무궁화를 대한민국의 국화로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한 유달영 박사와 서울농대를 적시하기도 했다. “신태양 등 대표 무궁화 국내종 10개가 나중에 ‘일본 짝퉁’ 무궁화로 들통난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 대표 무궁화 말고도 대다수 국내종 무궁화도 외래종(주로 일본종) 끼리 아니면 외래종을 복제한 국내종과 외래종을 재교배한 거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또 무궁화를 국화로 만드는 데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크게 이바지한 것도 지적했다. “동아일보에는 1920년 4월 1일 창간호부터 1940년 4월 5일까지 무궁화 247회, 근화 70회, 근역 207회 총 524회에 걸쳐 무궁화 홍보가 게재되었다. ‘무궁화’, ‘근화’, ‘근역’이 한국사상 최초 시(詩) 형태로 등장한 시공은 동아일보 창간호 1920년 4월 1일 1면이다. 더욱 기가 막힌 대목은 이 시의 작사자가 일본인 마쓰야마(松山)라는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다. 25살 이상협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발행인, <동아일보> 초대 발행인으로 만든 것은 그가 쓴 소설 ‘무궁화’였음을 밝히는 대목에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일제가 무궁화를 탄압했다고 믿을 것인가?
▲ 1918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이상협의 소설 《무궁화》를 단행본으로 발행한 책
▲ 일본인의 삶 속에 살아 있는 무궁화
그뿐만이 아니다. 무궁화가 일본 고유의 신앙인 신사 곳곳에 핀 신의 꽃임은 물론 무궁화 껍질로 만든 고급 종이, 어망, 게다 끈, 바구니, 무좀약 등을 만들어 일본인의 삶 속에 밀착돼 있지만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음도 지적한다.
지은이 강효백 교수는 다산 정약용이 무궁화를 혹평한 한시도 보여준다.
온갖 꽃 유월이면 다 범목이 되어 버리는데 (百花六月皆凡木)
무궁화홀로 다르다고 스스로 뽐내고 있네 (木槿自言唯我獨)
외롭게 향기 뿜어 꽃 없는 때를 이어 주어서 (爲是孤芳能繼乏)
전혀 곱지도 않고 탈속한 모습은 더욱 아니네 (非關絶艶尤超俗)
아름답고 화려함을 도리(桃李)와 겨루게 한다면 (令與桃李鬪姸華)
천박한 자질에 활기도 없어 빈 골짜기에 버려지리 (簿質消沈委空谷)
책 전체에 흐르는 강렬한 나라 사랑은 이 시대의 참된 지식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그 엄청난 연구를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편집에 신경을 덜 쓴 점은 아쉽기만 하다. 하나라도 더 많은 자료를 보여주고 싶은 그 뜻이야 알고도 남지만, 너무 많은 도표를 넣고 사진을 작게 편집한 것은 독자들에게 자칫 피로감을 안겨 줄 수도 있음이다. 이는 출판사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도 “어느 경솔한 자가 진달래를 놔두고 궁벽한 무궁화를 조선의 꽃이라고 불렀는가?”라고 물으면서 책의 이름을 《일본 무궁화 가고, 한국 진달래 오라》라고 과감히 선택한 이 책의 진가는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이라면 강효백 교수의 이 책들을 읽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법학자이기에 주장하지 않고 입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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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얼굴의 무궁화》와 《한국 진달래 오라》를 쓴 강효백 교수 |
- 양의 자료를 톺아보기 하셨는데 얼마나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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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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