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으뜸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가운데 <무동(舞童)>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거기엔 무동이 춤을 추는데 위 맨 왼쪽에 좌고를 치는 이가 있으며, 그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구와 두 대의 향피리, 대금ㆍ해금이 연주합니다. 여기서 ‘향피리’란 중국에서 들어온 당피리에 견준 우리 고유의 피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무동>의 그림에서 보는 이런 악기 편성이 삼현육각입니다. ‘삼현육각(三絃六角)’은 조선시대 궁중무용과 행진 음악, 지방 관청의 잔치, 높은 관리의 행차, 향교 제향 그리고 각 지방에서 신에게 제사 지낼 때 두루 쓰이던 민간의 주류음악이지요.
▲ ‘춤추는 아이’, 〈단원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삼현육각은 <무동>에서처럼 6명으로 구성되지만. 경기ㆍ호남ㆍ해서ㆍ영남 등 지역에 따라 악기 종류, 편성인원, 음악적 특징, 악곡구성에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삼현(三絃)이라 해서 3대의 현악기를 뜻하지는 않으며, 삼현육각이 주로 연주하는 음악이 <삼현영상회상>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또 육각(六角)은 피리를 불고 북을 치는 6명의 연주자를 말합니다.
조선시대 민간음악의 주류를 이루던 삼현육각은 광복 뒤 맥을 이어오던 해금산조와 시나위 명인이었던 지영희(池瑛熙, 1909~1979) 선생이 세상을 뜬 뒤 그 맥이 끊길 뻔했습니다. 그러던 것을 십여 년 전부터 피리 최경만 명인과 삼현육각보존회원들이 함께 어렵사리 공연하며 맥을 이어가고 있지요. 이 시대엔 잘 볼 수 없지만 삼현육각 우리 겨레의 귀한 음악입니다.
▲ 최경만 명인 외 5인의 ‘삼현육각’(해금ㆍ대금ㆍ피리ㆍ장고ㆍ좌고)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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