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10

(얼레빗 제4933호) 휴대했을 수도 있는 옛사람들의 부뚜막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평안북도 운산군 용호동에 있는 고분 3기 가운데 ‘궁녀의 묘’로 전해지는 네모난 돌방무덤에서 출토된 쇠(철)로 만든 부뚜막이 있습니다. 크기는 길이 67.2cm, 높이 29.1cm, 너비 23cm입니다. 긴 네모꼴 한쪽에 아궁이와 솥 구멍을 마련하고, 반대쪽에 굴뚝을 붙인 모양이지요. 아궁이와 굴뚝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점이 특징으로 이마에는 불꽃모양 무늬가 있습니다. 휴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로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 쇠로 만든 부뚜막, 평안북도 운산면 동신면 용호동 제1호분 출토(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여기서 ‘부뚜막’이란 것은 아궁이 위 가마솥이 놓인 언저리에 흙과 돌을 쌓아 편평하게 만들어, 솥에서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을 두거나 간단한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곳..

조선시대 탐관오리, 팽형에 처했다

임사절명시(臨死絶命詩) -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울리며 사람의 목숨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리니 해가 지려고 한다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잘까? 이 한시는 세조(世祖)의 회유에 응하지 않아 능지처형(凌遲處刑, 죄인의 뼈와 살을 발라내어 죽이는 형벌)을 당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임으로 하직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해도 자신과 같이 서산으로 지려고 한다. 저승 가는 길에는 주막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오늘밤은 ..

맛의 말, 말의 맛 - 햅쌀과 누룽지의 비밀

누구나 경험해 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험이 있으니 바로 받아쓰기이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접하게 되는 시험인데 이 시험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해야 본전이다. 그저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글자로는 어떻게 쓰였는가를 확인해 그대로 써야지만 세 자리 숫자 밑에 두 줄이 그어진 점수를 받는다. 그렇지 않고 잘못 써서 두 자릿수의 점수를 받으면 구박을 받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 시험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그대로 그려 내는 시험이지 받아쓰기는 아니다. 햅쌀? 햇쌀이 아니고? 햇사과, 햇곡식인데 왜 쌀만 햅쌀? 누룽지가 맞나? 눌은밥을 생각해 보면 ‘눌은지’라고 써야 할 것도 같은데? 여기 받아쓰..

재미있는 우리 속담 - 봄바람보고 춥다 하는 겨울바람

살면서 나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대해 울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앞으로 끼어든 앞차의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면서 ‘운전 똑바로 하라’고 소리 지를 때 우리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당이란 온당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내게 주어진 보상과 처벌이 내가 한 행동이나 태도에 걸맞지 않을 때 우리는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늘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부당함’에 대해서 생각합니다만 정작 우리를 가장 부당하게 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점점 내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나를 얕잡아 보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내가 더 힘이 세고 돈이 많았다면 나를 다르게 대하지는 않..

(얼레빗 4480호) 백성에게 시간을 나눠준 세종의 오목해시계

“무엇을 하든 간에 / 때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겠거늘 / 밤에는 물시계(자격루)가 있지만 / 낮에는 알 길이 없더니 / 구리를 부어 기구를 만드니 / 형체는 가마솥과 같고 / 반경에 둥근 틀을 설치하여 / 남과 북이 마주하게 하였다 / (가운데 줄임) / 동물신의 몸을 그리기는 / 글자 모르는 백성 때문이요 / 각과 분이 또렷한 것은 / 햇볕이 통하기 때문이요 / 길가에 두는 것은 / 구경꾼이 모이는 때문이니 / 이제 비로소 / 백성이 일을 시작할 것을 알게 되리라” 이는 세종 때 오목해시계를 만들고 기록했던 김돈이 오목해시계를 만든 의의를 살피고 그 기쁨을 노래한 글입니다. 그 당시 시간을 측정하고 알리는 것은 임금 고유 권한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세종은 오목해시계를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게 ..

(얼레빗 4475호) 부처님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자상(像)?

강화도 마니산 줄기가 서쪽으로 쭉 뻗어 내리다 세 발 달린 가마솥을 뒤집어 놓은 모습을 닮아 봉우리를 이룬 정족산(鼎足山)이 있습니다. 그 정족산에는 단군(檀君)이 세 아들을 시켜 쌓았다는 산성 삼랑성(三郞城)이 있고 삼랑성 내(內)에 정남향을 향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천년고찰, 바로 전등사(傳燈寺)가 있습니다. 지금의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635번지에 자리잡은 전등사는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등사에는 다른 절과는 다른 독특한 조각상이 있습니다. 바로 대웅보전 지붕을 떠받치는 ‘나부상(裸婦像)’ 곧 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이 있지요. 부처님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자가 있을까요? 전등사는 1600년 이상의..

(얼레빗 3898호) 전기밥솥엔 겨레의 슬기로운 가마솥 원리 담겨

한국문화편지 3898호 (2018년 09월 05일 발행) 전기밥솥엔 겨레의 슬기로운 가마솥 원리 담겨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898[신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인터넷언론 <이투데이>에는 “가마솥더위에 ‘가마솥’ 잘 나가네“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